내가 읽은 시

메리 올리버<휘파람을 부는 사람>

미송 2023. 1. 11. 11:08

 

갑자기 그녀가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어. 내가 갑자기라고 말하는 건 그녀가 30년 넘게 휘파람을 불지 않았기 때문이지. 짜릿한 일이었어. 난 처음엔, 집에 모르는 사람이 들어왔나 했어. 난 위층에서 책을 읽고 있었고, 그녀는 아래층에 있었지. 잡힌 게 아니라 스스로 날아든 새, 야생의 생기 넘치는 그 새 목구멍에서 나오는 소리처럼, 지저귀고 미끄러지고 되돌아오고 희롱하고 솟구치는 소리였어.

 이윽고 내가 말했어. 당신이야? 당신이 휘파람 부는 거야? 응, 그녀가 대답했어. 나 아주 옛날에는 휘파람을 불었지. 지금 보니 아직 불 수 있었어. 그녀는 휘파람의 리듬에 맞추어 집 안을 돌아다녔어.

 나는 그녀를 아주 잘 안다고 생각해. 그렇게 생각했어. 팔꿈치며 발목이며. 기분이며 욕망이며. 고통이며 장난끼며. 분노까지도. 헌신까지도. 그런데도 우리는 서로에 대해 알기 시작하긴 한 걸까 내가 30년간 함께 살아온 이 사람은 누굴까

이 맑고 알 수 없고 사랑스러운, 휘파람 부는 사람은

 

 

"인간과 비인간생물과 무생물을 구분 짓는 건 자세히 들여다보면 계층화하는 것이다내가 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어느 순간 나를 쿡 찌르는 손길이다컴퍼스풀이 주름진 가지를 구부려 차가운 모래밭에 완벽한 원을 그릴 때나, 가을에 노란 말벌이 내 손목에 내려앉았다가 꿀 묻은 접시로 옮겨 갈 때내 몸을 관통하는 감사의 불꽃이다. " 시인의 말을 듣자니, 주름진 풀가지 순한 말벌이되어 너에게 감사의 입맞춤을 하고 싶다.

 

너무 지쳤어 말하려는 순간  완성된 밥냄새가 코끝에 와 닿는다. 밥솥 벨소리가 휘파람처럼 들린다. 신비스럽다.  <>    

 

20170610-2023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