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않는 꽃 / 오정자
여덟 살 조막손 잡고 교문에 들어서던 엄마도 여덟 살이었다
만국기 펄럭이는 하늘 아래 호루라기 소리에 놀라 정신없이 뛰다가
퍼억 엎어져 작은 무릎이 깨졌을 때 엄마는 딸기밭 고랑처럼 붉은 물을 흘렸다
툭하면 앓던 앙바틈한 계집애 억척스레 엎고 조퇴라도 시키던 엄마는 개근상을 무지 좋아했다
살다가 게 걸음질 쳐 아닌 샛길로 영 사라지려던 여자
한없이 한 자리에 주저앉히던 엄마는 보봐르도 신사임당도 아니었다
엄마가 되고서야 20년이나 흘러서야 엄마를 제대로 생각한다
곁에 두고 오래 그리워한다 영원성을 두고 불러도 간격 없을 하나의 이름으로 부른다
여자이기 전, 인간이기 전, 아니 그 이후로 더 고귀하고 순결해진
어머니 어머니 나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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