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자료실

보르헤스<꿈의 호랑이들>

미송 2022. 11. 19. 12:30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났다

단편소설집<픽션들>(1944)과 <알렙>(1949)으로 전 세계의 명성을 획득했다.

하버드 대학과 소르본 대학을 비롯한 세계의 많은 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고,

세르반테스 상을 비롯하여 국제적으로 명성 있는 상들을 수상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픽션들>,<알렙>,<불한당들의 세계사>,<칼잡이들의 이야기>,

<셰익스피어의 기억>등의 소설집과 시집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열기>등이 있다.

 

 

어린 시절 나는 열렬하게 호랑이를 숭배하곤 했다. 빠라나 강(브라질과 파라과이 사이를 흐르는 강의 이름)의 아욱 덤불숲이나 아마존 정글에 사는 밤색 빛깔의 호랑이가 아닌, 오직 코끼리 등 위의 가마에 앉은 전사들만이 맞닥뜨릴 수 있는 줄무늬가 있고, 아시아적인 호랑이.

 

나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른 채 동물원의 한 우리 앞에 서 있기 일쑤였다.

나는 호랑이들의 위풍이 어떠한지 찾아보려고 방대한 백과사전들과 생물도감들을 뒤적거려 보곤 했다. (나는 아직도 그 형상들을 잊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나는 어떤 여자의 이마나 미소를 완벽하게 기억하는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유년기가 지났고, 호랑이와 그것에 대한 열정 또한 시들해져 버렸다. 그러나 여전히 나의 꿈속에는 그것들이 남아 있다. 가라앉아 있고, 혼란스러운 그 검은 지대 속에서 여전히 호랑이들은 사방에 서식하고 있고, 또한 그럴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잠이 들면 어떤 꿈이 됐든 간에 빠져들게 되고, 곧 그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하곤 한다. 이것은 꿈, 내 마음대로 즐길 수 있는 완벽한 오락이며, 나는 무한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는 한 마리 호랑이를 만들 수 있으리라.

 

아, 그 무능함! 나의 꿈들은 내가 그토록 가지기를 바라는 그 맹수를 결코 탄생시킬 줄 모른다. 호랑이가 나타나기는 나타난다.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해부되어 있거나, 약하기 그지없거나, 온전치 못한 형상들을 가졌거나, 용인할 수 없는 크기를 가졌거나, 쉽게 흐트러져버리거나, 개나 새를 닮은 그런 호랑이이다.

 

-보르헤스<꿈의 호랑이들>

 

20180505-202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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