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와 독백

11월 일기

미송 2022. 12. 5. 00:32


1
수다쟁이들은 귀가 두 개이고 입이 하나라는 것을 애석해 한다. 입이 하나라도 더 있으면 자기 말을 더 할 수 있는데, 자기 말을 들어주던 상대 뒷담화까지 칠 수 있는데.

수다쟁이들의 입은 후생에 아구찜으로 태어날 것 같다.


2
옷가게에 들어온 손님이 자기를 기억하지 못하는 주인에게 서운함을 표한다. 한 계절이 다 지나 와 놓구선, 오는 길에 가죽 부츠를 하나 사 신었느니 간밤엔 밤새도록 고도리를 쳤느니, 중구난방 떠들기 시작하면 황당하다.

그러나, 돌아갈 때쯤 동전지갑 한 개를 선물하는 이유는 고도리 동전을 꺼내다 혹시 이 가게 주인을 떠올릴까 싶어서.


3
마이너리그. 문화적 환경에서 동 떨어짐. 원시인 같음. 소속감 없음. 결핍감도 없음. 결론은 불모지. 혼자놀기의 달인.


4
말싸움에서 이기는 법. 첫 번째 표정부터 이겨라. 의도적으로 여유 있는 표정을 짓고, 상대를 깔보듯이 보아라. 두 번째 목소리로 이겨라. 일단 목소리는 낮추고 말은 천천히, 목소리를 키우면 지는 것이다. 세 번째 한 마디로 깔아뭉개기. 택도 없는 소리니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이니 쥐뿔도 모르면서, 등등의 말로 상대를 어이 상실시키기.

불리해질 경우에는 말꼬리를 바꾸라. 논점과 무관하게 당신이니 하는 호칭을 쓰며 말꼬리를 돌리거나, 왜 반말이니 그러면서 헛점을 붙들라. 그래도 안 될 경우 요설을 부려라. 괴변을 늘어놓아라.

중요한 건 그러면 그 인간관계는 십중팔구 깨진다는 것.


5
지식이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오직 실천력을 통해서다. 악습에서 벗어나자. 과거의 경험들이 현실 생활에 균형감을 준다고 해도, 그 균형감 보다 더 중요한 건 실천력을 키우는 일.


6
곧 망할 것처럼 한숨을 쉬는 여자도 수십 년 장사 도중 사기까지 당해본 여자도 악다구니 쓰는 중국 여자도 출근을 한다.
천정이 무너지지도 불타 없어지지도 않는다.
지구 온도가 1도 높아져 지구 위기가 온다해도 저 여자들 사라질 일 없다.


7
똥인지 된장인지 꼭 맛을 봐야 아는 건 아니다. 매사를 겪어봐야 안다고 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알면서도 되풀이한다면 손해를 감수하던지 스스로를 똥멍충이라 부르던지.


8
누군가 말했다. 내가 그 누구와만 어울리지 않으면 왕따 당할 일은 없을 거라고.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행동을 하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 무지함. 무지가 폭력으로 느껴진다.


20200102-202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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