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의 대상이 되는 풍경이든, 절이나 누각 처마 끝 작은 풍경이든, 동음이의어 한자에는 바람 풍자가 공통으로 들어간다. 번뇌일랑 바람처럼 스쳐 보내란 뜻일까.
풍경의 감상자이자 누각의 작은 종이기도 한 나는 바람과 내통하는 자.
주변인의 배려심을 구걸하다 예민한 인간으로 찍히는 것 보단 차라리 능동적 태도를 취하자 했을 때, 문득 풍경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재론하기도 징그러운 벌레뭉치들을 풍경이란 글자 속에 넣자, 돌연 새들의 노래가 울려퍼졌다. 조용필은 킬리만자로의 표범에서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그랬지만, 바람처럼 왔다 가면 또 어때 할 때가 있다.
20201205-2022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