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과 산문

보르헤스<詩學>

미송 2009. 8. 2. 15:41

詩學 / 보르헤스


 

시간과 물로 이루어진 江을 보며
시간은 또 하나의 강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
우리 또한 강처럼 흘러간다는 것과
얼굴들도 물처럼 흐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

 

깨어 있음은 꿈꾸지 않음을 꿈꾸는
또 하나의 꿈이라는 것을 느끼는 것
우리들의 몸이 두려워하는 죽음은, 꿈이라고 부르는,
매일 밤 찾아오는 그 죽음임을 느끼는 것

 

하루와 일 년에서 인간의 나날과
해(年)들의 상징을 보며
그 해들의 모욕을 음악 한 소절, 작은 중얼거림,
혹은 하나의 상징으로 바꾸는 것

 

죽음 속에서 꿈을 보는 것
황혼 속에서 슬픈 황금을 보는 것
그것이 가련하지만 불멸하는 詩다
詩는 여명과 황혼처럼 돌아온다

 

때때로 오후에는 어느 얼굴 하나가
거울 저쪽에서 우리를 보고 있다
예술은 진짜 자기 얼굴을 비춰 주는
그 거울 같은 것

 

경이警異에 지친 율리시저는 멀리서
푸르고 소박한 고향 *이타카를 보고
울었다고 한다. 예술은 영원의 푸른
이타카지, 경이의 이타카가 아니다

 

또한 예술은 끝없는 강물 같은 것
흐르고, 머물고
無常한 헤라클리토스의 水晶이 되고
끝없는 강물처럼 同一者이며 他者이다 

 

 

*  인구 약 3만(1990). 케이유가호()의 남단에 있는 관광 ·행락지이며, 시러큐스의 남남서쪽 약 75km 지점에 위치한다. 또한 부근에는 버터밀크폭포를 비롯하여 필모어 계곡, 윗킨스 계곡 등의 경승지가 있다. 주요 공업으로는 계산기 ·동력용 체인 ·총기 등의 제조공장이 있으며, 주변에서는 낙농과 양계가 활발하다.
 
   

'운문과 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광수<효도(孝道)에>  (0) 2009.08.07
최영미<마지막 섹스의 추억>  (0) 2009.08.07
유종인<신부님의 뒷담화>  (0) 2009.08.01
보르헤스<타인>  (0) 2009.07.26
정연수<나무와 함께 걸어가는 삶>  (0) 2009.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