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침글자들을 챙기다 말을 잃은 적 있다
책상 위 빵 부스러기들로 밤하늘을 그린 적 있다
서너개의 오브제로 한 마을을 그렸다 지울 때
새의 심장을 위해 기도한 적 있다
다르게 적힌 추억 위로 바람이 또 불어
외롭고도 따뜻했던 겨울
차를 마시다 생각의 주체를
잃은 적 있다
확신할 수 있었던 건 들리는 내 숨소리뿐
시애틀 추장의 편지를 읽던 계절들
아무리 수정해도 수정되지 않던 오타들
모두 무의미하여서 그려놓은 괄호에다 달과 별
구름과 바람을 넣은 적 있다
달빛 아래서 콧등을 긁적이던 밤
달빛 아래 덩그마니, 한 풍경이길 소원한 적 있다.
20180907-2021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