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퇴고실

위하여

미송 2021. 11. 26. 12:35

 

 

 

깨어진 마음들을 제 자리로 돌리는 유리잔의 위력이

커피의 첫모금을 앞질러갔다

 

어제의 신혼 사진이 오늘의 영정 사진으로 돌변하고

 

부대끼다 보니 빨개졌는지 빨갛게 태어났는지 모르겠는 그녀의 입술

그녀 앉는 자세는 하루에 또 몇 번씩이나 바뀌는지

천장은 하나인데 열린 집들은 변덕스럽고

취향은 개 같다

 

종이엔지 혀엔지 베어나간 나이테들에선 연세와 무관한 생강냄새가 난다

하릴없이 종이비행기를 꽂고 놀 때

마침표 없는 글자들만 다음 생의 유전자를 위해 뛰어 다니고

 

다리를 꼰다고 참견하는 일, 그런 일일랑 전문가들에게 맡긴 채,

소심한 춤사위를

 

20190601-202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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