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문장

페루난두 페소아

미송 2022. 1. 30. 11:39

 

 

살짝 불어오는 공기의 흐름에도 고통을 당하는 초라한 감수성은 잠시 동안이라도 편히 쉬고 싶다. 하지만 인간의 감수성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갑자기 생긴 돈이나 기대하지 못했던 미소라 해도 지금 나를 스치며 지나가는 산들바람이 내게 주는 의미보다 더 많은 것을 다른 인간들에게 줄 수는 없으리라.

 

나는 잠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다. 꿈에 대한 꿈을 꿀 수 있다. 모든 사물의 객관성을 더 명료하게 관찰한다. 삶의 외부에 대한 내 감정을 더 편하게 받아들인다. 그것은 단지 거리 모퉁이 바로 앞에서 방향을 튼 산들바람이 내 피부 위를 기분 좋게 스치고 지나가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것 우리가 상실한 모든 것이 사물이든 존재든 의미든 그 모든 것이 우리의 피부 위를 이렇게 스치면서 우리의 영혼으로 안착한다. 이것은 신의 사건이다.

 

오직 나에게 일순간 상상의 편안함을 선사한 산들바람만이 모든 것을 능숙하게 상실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며 그것은 가능한 순간을 알고 있다.

 

 

어떤 사람은 지식을 위해서 책을 읽지만 모든 것이 헛수고이다.

어떤 사람은 살기 위해서 즐기지만 역시 모든 것이 헛수고이다.

 

살짝 차가운 공기 속에는 조용한 유쾌함이 묻어 있지만 인생은 가벼운 미풍이 불어도 추위 때문이라기보다는 추위에 대한 기억 때문에 지나간 추위 때문에 현재의 날씨 때문이라기보다는 다가올 여름과 마주해야 하기 때문에 어렴풋이 오들오들 떤다.

 

나의 감각은 얼마나 불안정하고 나의 생각은 얼마나 불쾌하며 나의 욕망은 얼마나 쓸모없는가.

 

그는 무의식적으로 살고 있다.....일생이 잠이다. 아무도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아무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하며 아무도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한다.

 

나는 종종 남의 행복을 대신 누리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존재하지 않았고 나는 타인이었으며 나는 생각없이 살았다.

 

어떤 막연한 사랑의 몸짓이 –그 몸짓이 덜 쓰다듬어줄수록 그 손길은 더욱 부드럽다- 간헐적으로 불어오는 저녁의 산들바람으로 내 이마와 내 이성에 부채질을 해주는 것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것은 단지 이 순간 내가 앓고 있는 권태가 자꾸만 상처를 쓸면서 아프게 하는 옷보다 더 편하게 내 몸에 맞다는 것이다.

 

가까이서 관찰하면 모든 인간은 단조로운 방식으로 다들 다르다. 비에이라의 말에 따르면 프레이 루이스드 소자가 이것에 대해 독특함으로 표현되는 범속함이라고 묘사했다고 한다. 여기 이 인간들은 자신들의 범속함으로 독특하다. 대주교의 생애 스타일과는 반대인 것이다. 나는 이 모두에 우울함을 느끼지만 동시에 아무래도 상관없다고도 생각한다. 다른 모든 생명들처럼 나 또한 오직 우연히 여기 있는 것이다.

 

-페루난두 페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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