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물리학자로 전자기학의 기초 법칙 암페르의 법칙을 발견한 유명한 암페르는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연구를 방해하는 손님들 때문에 그만 질리고 말았다. 그래서 생각다 못해 문 앞에 금일 부재중이라는 팻말을 걸어놓기로 했다. 일일이 상대하지 않고도 손님을 돌려보낼 수 있는 기막힌 방법이라고 무릎을 치고는 곧 실행에 옮겼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어려운 수학 문제를 생각하면서 외출에서 돌아왔다. 문으로 들어가려다가 언뜻 그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뭐야? 없잖아. 어쩔 수 없지. 나중에 다시 와야겠군.”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더니 오던 길을 총총걸음으로 되돌아갔다. 수학 문제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고 있었기 때문에 팻말을 본 순간 문득 자신이 다른 친구의 집이라도 찾아 온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인류의 기억에 남을 만큼 훌륭한 일을 완성하는 위인은 몇 십억에 달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손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몇 십억이라는 엄청난 사람이 모두 한 사람 한 사람 대단한 업적을 꿈꾼다. 대단한 업적을 이루는가 그렇지 못하는가는 별도의 문제지만, 목표를 세우고 추구하는 한 곁에서 보기에 우스꽝스럽게 보일 정도로 몰두하는 것이 진실한 생활 태도다. 손해가 되는가 득이 되는가, 칭찬을 받을 것인가 비난을 받을 것인가, 웃음거리가 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 따위에 구애받지 않고 외곬로 자신의 일에만 열중하는 암페르의 모습은 흐뭇하고 아름답다.
우리는 목표를 세우면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성실하게 몰두하지 못하고 젊어서부터 약삭빠른 잔꾀만을 익히려고 한다. 그렇게 잇속만을 차리려는 우리의 앞길을 자기 집앞까지 왔다가 오던 길로 총총걸음으로 되돌아가던 얼빠진 암페르가 두 팔을 벌려 막아 주었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20090407-2021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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