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문장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미송 2021. 10. 31. 12:17

인생은 짧다. 이 지상적 생활에서 거두어 들일 수 있는 유일한 수확은, 겸허하게 섬기는 태도와 공공을 위한 사회적 행위뿐이다.

 

모든 일에 있어 선제(先帝) 안토니우스의 제자로서 행동하라. 모든 행동에 있어 이성에 순응했던 그의 시종일관한 자세와 어떤 경우에도 흔들림이 없었던 그의 침착성과 온건함, 그의 겸허함과 우아함, 헛된 명성에 초탈했던 가식없는 태도, 사물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는 노력과 열성을 기억하고 배워라. 그는 어떤 행동을 함에 있어 항상 그 행동을 철저히 검토하여 완전히 파악하고 나서야 행동에 옮겼으며, 그 어느 것도 소홀히 그냥 넘겨버린 일이 없었고, 부당하게 그를 비난하던 사람에 대해서도 비난으로 갚지 않고 묵묵히 참아냈으며, 어떤 일도 결코 서두르는 일이 없었고, 남의 성품과 행동을 판단함에 있어 정확했으며, 남을 탓하거나 비판하지 않았고, 소문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조금도 남을 의심하거나 시기하지 않았고, 궤변가도 아니었다.

 

그는 집이나 잠자리나 의복과 식사 및 하인들이 완벽하지 않아도 만족했으며, 매우 근면하고 인내심이 강했다. 그는 일하기를 좋아했고 정해진 시간 이외엔 아무런 배설조차 하지 않으면서 저녁까지 그냥 지냈고, 인내력이 강했으며, 밤에 향연을 베풀 때도 늘 세심하게 절약했다. 또한 우정에는 건실하고 변함이 없었으며, 자기 의견에 반대되는 사람에게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언론의 자유를 허용했고, 그에게 누가 더 좋은 일을 가르쳐 주면 얼마나 즐거워하며 대했는가, 그리고 미신에 빠지지 않고 얼마나 신들에 대한 믿음이 깊었었던가를 기억하라. 그대에게 죽음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그와 같이 평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그의 모든 행동을 본받도록 하라.

 

 

삶에 완강히 집착하는 사람들을 관찰한다는 것은 좀 비속한 일이지만, 죽음을 경멸하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 그들이 그래봐야 보다 일찍 죽은 사람들보다 무엇을 더 많이 얻었겠는가? 결국 그들도 어딘가의 무덤 속에 눕게 될 것이다. 결국 삶과 죽음의 기간은 짧은 것이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충돌을 거치고 얼마나 많은 관계들을 가지며, 또 얼마나 빈약한 육체를 갖고 천신만고 끝에 이 기간을 통과해 가는지 생각해 보라. 그러니 이 생에 가치를 주지 마라. 그대의 뒤에 있는 무한의 시간과 그대의 앞에 있는 무극의 시간을 주시하라. 이 무한계 속에서 3일을 사는 것과 3대를 사는 기간에 무슨 차이가 있을 것인가?

 

항상 짧은 길을 택해 달려라. 그 짧은 길이야말로 자연이며, 자연이 가르쳐주는 길이다. 그리고 모든 행동과 말에 있어 이성에 순응하도록 하라. 이를 실행한다면 인간은 번뇌와 투쟁, 일체의 기교나 허세로부터 해방될 것이다.

 

 

귀찮거나 못마땅한 망념들을 말끔히 털어 버리고 즉시 완전한 평온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타인으로부터의 비난이나 타인의 말에 주저하거나 마음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만약 그 행위나 말이 선량한 것이라면, 자기에게 무가치한 것으로 생각해서도 안된다. 그런 사람들에겐 그들 나름대로의 본보기로 삼으려는 원칙이 있으며, 그들 나름대로의 독특한 행동양식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대는 그런 데에 마음을 써서는 안 된다. 오직 그대 자신의 본성과 만인의 공통된 본성에 순응하고 적응해 나가도록 하라. 그렇게 하면 두 갈래의 길은 하나가 된다.

 

나는 자연의 본성에 순응하여 자연에게서 일어나는 모든 일과 사물 속을 통과하여 나아가다가 마침내는 쓰러져 휴식을 취하게 된다. 내 호흡은 내가 매일 숨을 쉰 그 원천인 원소에로 반환되고, 내 신체는 대지에게로 반환된다. 그 대지로부터 아버지는 씨앗을 취했으며, 내 어머니는 피를 취했고, 내 유모는 젖을 취했다. 또한 나는 사실 오랜 세월동안 그것으로부터 음식을 공급받았고, 그 위를 밟고 다니며 온갖 목적을 위해 마음대로 썼음에도 불구하고 대지는 나를 품어주었다.

 

 

 

20090307-20211031 타이핑 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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