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퇴고실

이름 없는 오후

미송 2025. 10. 18. 15:59

-A와 A' 

어느 날 플렌치 장미를 본 당신이
어머 장미가 너무 아름다워
라고 말한다

입때껏 그랜디플로러 장미밖에 본 적 없는 내가
조용히 맞장구친다

각자의 감탄사로 꽃을 말하는 우리
하물며 장미 이름 하나 모르는 사람에게
죽도록 설명해봤자
이도 저도 아닌 장미들

단 하나의 꽃이고 싶었던 나도
애초 이름 없이 태어난 꽃들도
빛 아래 엇갈린 반사체였으리

하나의 이름으로 불린다는 건
위험한 일


한 가지 물을 네 가지로 보는 것처럼(一水四見)
김춘수의 꽃도 능동의 꽃이었으리란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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