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시] 니미 C에게

미송 2009. 8. 22. 14:18

 

니미 C에게

 

 

왼편 하늘로 서서히 밀고가는 양떼구름 아래 산의 지평 라인은 하늘 땅 중간 어디에도 갇히지도 흐르지도 흐를수도 없는 눈 안에 요지부동 오후 한 시 삼십 이분 실체와 허구 반쯤에 발 담근 칼라벤자민이 우수 빛 정오 꽃잎에 앉았던 물기는 이슬로 살아있고 달콤했던 소리 망가진 정화조 속을 통과하면 결국 구린내만 난다는 것을 담배연기가 보는 것이다 연기자 많은 무대가 비좁고 훵하고 다정하고 외롭고 결백을 재증명하려는 혼잣말이 울고 불고 그악스럽던 허영을 투명 천으로 가리고 떠난다 잠들 것이다 얼룩진 울분을 버리지 못해 푸념에 젖은 깃털로 비상을 꾸리는 자 손끝 현기증으로 배고픈 시간 정의도 진리의 법정도 표준도 없는 길 찾으리라는 허상도 동경하지 않는 대낮은 밤 등불 없고 막대기만 높고 풀밭엔 부초도 되지 못한 잡풀 무성하여 밟거나 누울 땅 황폐한 흙은 단비를 기다리나 눈물로 위안삼아 촉촉하나 메마르다 말한다 투정부린다 누구의 헛 노래인가

 

여름 갈매기 끼룩끼룩 끼루루룩 끼리끼리 모인 귀족들만 사는 나라 서로의 머리에 얼굴에 금테 둘러주며 님이여 님 님이여 님 부적합한 인물 그렸다 지웠다 그리워하다 창살없는 감옥에 스스로 만든 수의를 벽에 걸고 미친게지 돌아버리기로 작정한 화사들 공주와 왕들 제 방식 따르지 않는 사람 동물 이단 화형하겠다고 횃불을 들지 기름기둥 된 몽둥이를 사람끼리는 사람이라 부르며 우상의 동굴로 돌아간다 통로 비상구 바닥 상실한 눈빛들 슬프고 빨갛다 파래지는 눈동자 늙은이 한 명이 자기보다 어린 여자들을 꼬드기고 따라오라 하고 실눈 뜨고 따라가는 꼬리들 살았다고 비명지르고 아무도 듣지 않고 홀로 취해 춤 추고 한 아이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한 여자 우박처럼 힘찬 줄기 채찍에 맞고 쓰러지고 싹이 돋고 잎이 나고 꽃이 피지 않는다 씨앗 멸종

 

줄 씨앗이 없다고 우주가 말한다 우주가 우울증으로 웅성댄다 얌전하게 돌아서야지 너무 시끄러워 입 다물 줄 모르는 꽃대들 어젯밤도 돼지고기를 삼키며 흔들렸고 유효기간 정해진 사람들 휴지통이 되어 각자의 휴지를 담고 그러고도 부푼 배 바다에 던지지 못하고 육지를 향해 꾸역꾸역 올라선다 하늘은 여전히 구름 산은 여전히 지평 너와 내가 부재한 우리 빈집에는 다녀간 바람의 발자국 그 그림자들 윤회 깔깔깔 유령 웃음소리 해골 비틀린 입 모양이 욕을 재구성하고 시인으로 인증된 후에도 까마득히 깨어날 죽은 혼들 삐 이 익  부러진 칼에 문이 열리고 페르세포네가 밖을 나와 컵 속에 수레가 굴러간다

 

뚜 뚜 뚜   뚜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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