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만하<확산> 확산 / 허만하 잔잔하게 불타오르는 모래를 밟던 최초의 낙타가 무릎을 꿇고 쓰러진 지점에서 사막은 사방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유순한 낙타의 걸음에게 넓이란 죽음으로부터의 끊임없는 탈출이다. 쓰러진 낙타가 눈감고 뜨거운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은 마지막 숨을 들여 마.. 내가 읽은 시 2010.08.04
박현수<슴베라는 말을 배우다> 슴베라는 말을 배우다 / 박현수 슴베라는 말, 슴베찌르개를 볼 때마다 궁금해지는 말, 사전을 찾으려다 금세 잊어버리는 말, 큰맘 먹고 사전을 뒤지면 칼, 호미, 낫 따위의 자루 속에 들어박히는 뾰족하고 긴 부분이라 나오는 말, 찬란하게 드러난 칼몸이 아니라 자루 속에 숨어 칼끝의 궤.. 내가 읽은 시 2010.08.03
안도현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 안도현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나 자전거가 되리 한편생 왼쪽과 오른쪽 어느 한쪽으로 기우뚱거리지 않고 말랑말랑한 맨발로 땅을 만져보리 구부러진 길은 반듯하게 펴고, 반듯한 길은 구부리기도 하면서 이 세상의 모든 모퉁이, 움푹 파인 구덩이, 모난 돌멩이들 .. 내가 읽은 시 2010.08.03
김경주 <주저흔> 주저흔(躊躇痕) / 김경주 몇 세기 전 지층이 발견되었다 그는 지층에 묻혀 있던 짐승의 울음소리를 조심히 벗겨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발굴한 화석의 연대기를 물었고 다투어서 생몰연대를 찾았다 그는 다시 몇 세기 전 돌 속으로 스민 빗방울을 조금씩 긁어내면서 자꾸만 캄캄한 동굴 .. 내가 읽은 시 2010.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