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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8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순간

미송 2010. 10. 8. 14:20

안성자택 국내외 취재진 몰려… 발표 나자 탄식

“아!”

7일 오후 8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순간 경기 안성시 공도읍 마정리 고은 시인의 집 앞에 몰려든 취재진과 마을 주민들 입에서는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비(非)유럽’의 ‘시인’에게 상이 돌아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AP통신은 예상 기사에서 고은 시인과 함께 시리아의 시인 아도니스 씨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았다. 이런 예상을 반영한 듯 그의 집 앞에는 예년보다 많은 100여 명의 국내외 취재진이 몰렸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어느 해보다 수상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했기에 실망은 더 컸다.

이날 고은 시인의 집 앞은 수상 발표 서너 시간 전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방송국 중계차량이 집 주위를 둘러쌌고, 주차공간을 찾지 못한 취재차량은 100여 m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워야 했다.

해가 졌는데도 모든 방에 불이 꺼진 그의 집에서는 어떤 인기척도 느낄 수 없었다. 부인 이상화 중앙대 영문과 교수는 오후 5시경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그쪽(스웨덴 한림원)에서 연락받은 것은 없다”며 “올해도 선생님은 ‘수상자 발표 뒤 집에 돌아오겠다’며 외출했다”고 말했다. 고은 시인은 수상자 발표 뒤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담담하다. 많은 분이 오셔서 고생만 하다 돌아갔는데 미안하다. 더 할 말은 없다”고 밝혔다.

마을 주민 정년희 씨는 “(시인이) 해마다 수상 후보로 거론되면서도 상을 못 타셔서 지나다 만나도 인사를 못 건넸다. 이번에는 기대했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고은 시인이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로 외신에서 거론된 것은 2002년부터다. 이에 앞서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소설가 김동리 최인훈 이호철 한말숙 조정래 씨, 시인 서정주 김지하 씨 등이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로 국내외에서 추천됐다.

우리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한국문학의 번역·출판이 세계를 아우른 2000년대 이후 고은 시인은 해외에서 본격적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2006년 이후엔 매년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돼왔다. 올해에도 한국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무산됐지만 문단 안팎에서는 머지않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올해 노벨 문학상에는 동아프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케냐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 씨도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그는 아프리카에 대한 제국주의의 횡포를 고발하고 식민지 이후 아프리카의 현실을 묘사하는 작품을 주로 썼다. 도박업체들도 그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점쳤으나 예측은 빗나갔다.

이 밖에 아프리카 여성의 삶을 가장 내밀하게 해석하는 작가로 평가받는 소말리아의 누루딘 파라 씨, 단골 후보인 알제리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아시아 제바르 씨,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를 쓴 미국의 필립 로스 씨,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 씨 등이 수상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으나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안성=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