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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촌 풍속 이야기’ 정연수 씨

미송 2010. 7. 26. 14:57

 

 

'탄광촌 풍속 이야기’ 정연수 씨

 

 

정연수 탄전문화연구소장은 “산업시대 독특한 생활양식을 구축한 탄광촌 문화를 농촌 문화처럼 연구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정연수 씨(47)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탄광’을 붙잡고 있다. 그는 탄광으로 석·박사 학위 논문을 썼고, 탄광과 광원을 소재로 한 한국의 시 1000편을 모아 ‘한국탄광시전집’을 냈다. 이번에는 탄광촌의 생활과 금기, 문화 등을 담은 ‘탄광촌 풍속 이야기’(북코리아)를 냈다. 그는 1982년부터 1991년까지 강원 태백시 장성광업소 기계실에서 탄광 노동자로 일하기도 했다.

 

“농업과 어업을 기반으로 형성된 삶의 터전이 농촌과 어촌이듯이 광업에 뿌리를 둔 생활공동체가 탄광촌입니다. 농촌이나 어촌처럼 고유의 생활양식과 풍습을 가진 어엿한 우리 문화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는 책에서 태백시와 삼척시 도계읍 일대 1930∼90년대 독특했던 탄광촌 풍속을 재현하고 있다. 탄광촌은 산악지역에 자리함으로써 외부와의 교류가 원활하지 않았고, 이는 탄광촌 문화 형성의 근간이 됐다. 탄광촌은 3교대 근무를 하는 광원에 맞춰져 있었다. 광원의 아내는 남편의 출근 시간이 오후 4시여도 외출에서 돌아와 밥상은 꼭 차려줬다. 광부가 출근을 할 때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고, 아내는 남편의 다른 신발을 반드시 집쪽으로 돌려놓았다. 광원이 길을 갈 때 여자들은 그 앞을 가로지르지도 않았다. 1980년대에는 어린 남자아이의 앞도 가로지르지 않는 풍습을 낳았다.

 

저자는 “사고로 언제 어디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광원들을 예우함으로써 그들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도록 하는데 생활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유난히 금기 문화가 많은 이유를 설명했다. 사고에 대한 긴장감 때문에 ‘꿈자리가 나빴다’고 하는 것이 공식적인 결근 사유가 될 정도였다. 저자는 탄광촌인 태백시 장성동에서 태어나 자랐다. 전문대 기계과를 졸업하고 공무원 월급의 2배를 받는 ‘괜찮은 직장’인 장성광업소에 취직했다. 고향에 대한 애정 때문인지 탄광촌 사람들의 생활 자체가 눈에 들어왔다. 일부러 갱내를 드나들며 광원들의 용어를 배우고 사연을 묻고 다녔다. 광업소에서 일한 10년 동안 기록한 자료를 정리하고 연구하느라 1991년에는 개인연구소인 탄전문화연구소를 차렸다. 당시 모은 자료는 2003년과 2008년에는 강릉대에서 현대문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는 데 밑거름이 됐다. 2006년에는 ‘탄광촌 금기어·금기행위’ 논문으로 전국향토문화공모전에서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다.

 

저자는 “탄광촌에 대한 역사나 문화를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이 많아 이를 연구해두지 않으면 곧 사라질 것 같아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탄광촌에는 현대에는 발견하기 힘든 끈끈한 정이 많았다고 말한다. 술에 취한 광원이 실수로 사택의 다른 집에 들어가더라도 이불을 덮어주며 잠을 재워줄 정도였다. 사택을 이양할 때면 방을 넓힌 추가 비용을 가능한 한 적게 받으려는 양도자와 조금이라도 더 쳐주려는 양수자가 실랑이를 벌이는 인정 넘치는 풍경이 연출되곤 했다.

 

기온이 30도를 넘기면 폭염이라고 호들갑을 떨지만 갱내는 통상 35∼36도를 맴돌고 습도도 70%가 넘는다. 광원들은 이런 악조건과 싸우면서도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저자는 “운명에 굴하지 않고 광원이라면 누구나 3∼5년 안에 목돈을 마련해 새 삶을 살 희망을 품고 살았다”며 “이른바 ‘막장 정신’에는 이런 생명력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절망의 공간에서 희망을 캤던 광원의 삶은 실의에 빠진 현대인들에게는 힘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정연수 박사(탄전문화연구소장)는 탄광촌 고유의 문화, 탄광노동자의 삶과 애환, 탄광촌 주민들의 생활상에 대한 기록을 담은 '탄광촌 풍속 이야기'(북코리아)를 펴냈다.

'탄광촌 풍속 이야기'는 한때 산업시대의 중심부를 형성하던 탄광촌의 삶에 대한 보고서이다. 또한 급변하는 산업화 속에서 치열하게 삶을 살아간 광부들과 그 가족, 그리고 탄광촌 주민들이 지닌 삶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책에서는 산업시대의 유랑민이 거쳐 간 정거장이자, 서민에게 희망을 주던 약속의 땅이라는 사실들을 기록했다.

 

책은 광부들이 절망적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며 살아왔는지를, 소외된 처지에도 불구하도 어떻게 서로를 위로하며 삶을 승화시켰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정연수 박사는 책을 펴내면서 "탄광촌은 석탄산업이라는 단일산업으로 도시를 형성하면서 탄광촌 고유의 풍속을 지녀왔다"며 "그 풍속은 농촌, 어촌 풍속과 더불어 우리가 소중히 다뤄야 할 문화적 유산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탄광촌은 1930년대 들어 형성되기 시작해 1990년대 들어 폐광촌으로 몰락하는 과정에서 광부들은 석탄을 캐기 위해 산간오지에서 문명과 고립된 생활을 했다"며 "바깥사회와의 단절은 광부를 중심으로 한 탄광촌 사회를 만들었고 이는 고유의 금기와 풍속을 만들었다"며 발간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절망적 공간에서 희망을 캐내던 광부들과 그 주민들이 보여준 삶에 대한 치열한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실의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하나의 나침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책은 태백, 도계 지역의 탄광촌에서 생겨난 일화들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으며, 모두 4부로 나눠 구성됐다.

 

1부에서는 까막동네와 도둑골 이야기, 탄광촌의 별난 금기, 두부와 계란 공약으로 당선된 노조지부장, 청와대표 방한복 입는 특권층, 명절이 끝나면 탄광을 옮겨 다니는 광부들의 삶, 탄광촌의 명절 풍경, 탄광촌의 신발인 게다짝,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탄광촌, 광부들이 뒷주머니에 인감만 차면 처녀들이 줄을 서던 이야기 등 탄광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광부들의 생활상을 기록하고 있다.

 

2부에서는 탄광촌의 사택생활, 마차리와 장성의 국제탄광촌, 니나놋집의 그리운 인정 같은 광부들의 술집 문화, 마대자루에 손을 넣어 잡히는 대로 팁을 주던 탄광업자, 우리나라 제일 높은 희망의 역인 추전역, 탄광촌과 철도의 밀접한 관계, 라디오보다 빠른 정보를 자랑하던 우물방송 등 광부와 그 가족들이 겪는 탄광촌 사회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3부에서는 갱내 사고, 광부들의 신고식인 햇돼지 잡기, 탄광 막장에서 피어나는 사랑, 아내의 춤바람까지 단속해주는 광업소의 실태, 전국 최고의 욕설 팔도공화국, 광부들이 신분적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벌인 백바가지 추방 운동, 사북항쟁 등 광부들이 지닌 삶의 애환을 다뤘다.

 

4부에서는 프로메테우스의 천형으로 불리는 진폐증 환자, 연탄에 얽힌 추억, 연탄 못 구한다고 장관 목이 날아가던 시절 이야기, 폐광이 되면서 떠나가는 사람들, 탄광 막장에서 카지노 막장까지, 탄광촌이 나아갈 길에 대한 탄광문화콘텐츠의 재발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 정연수 박사는 탄광촌 태백에서 태어나 성장했으며, 장성광업소에서 10년 간 근무했다. 그는 탄광촌의 정체성을 찾고, 탄광문화를 정립하겠다는 의지로 평생을 바쳐왔다.

주요 활동으로는 '탄광문학 연구', '탄광민속 연구', '탄광촌의 삶과 문화에 대한 기록', '탄광용어 정리'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는 현재 대학에서 강의와 연구 활동에 전념하고 있으며, 광부 생애사 구술 작업에도 뜻을 두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탄광시전집'(전 2권, 편저), '탄광촌 사람들의 삶과 문화'(공저),'시의 소통', '경계를 넘어선 만남'(편저)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탄광시의 현실인식과 미학적 특성 연구'(박사논문), '탄광촌 금기어·금기행위 연구' (국무총리상 수상), '삼척기차놀이 노래 고찰'(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상 수상), '중국 조선족의 탄광시 세계 연구'(중국 길림대학 국제학술대회 발표), '광시에 나타난 탄광촌 삶에 관한 연구' 등 다수가 있다.

 

【태백=뉴시스】조병수 기자

 

 

메모- 2008년 독서지도사 과정을 수료하게 도와주신 정연수교수(강릉대 평교원)님께서 책을 냈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어제 계곡에 누워있다 잠시 통화를 나누고 이제야 네이버 검색창을 열었다. 두 학기동안 30대 젊은 엄마들과 또 정교수님과 지낸 시간들을 잊을 수 없을 거다. 더구나 태백은 20대 시절 나의 기독교 선교 행적이 남아있는 곳이기에, 그의 이와같은 책이 단순한 이벤트성이 아니라 마치 나의 이야기처럼 가슴에 깊이 와닿는다. 진심으로 축하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