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신화

청담靑潭,「마음에서 마음으로」中

미송 2024. 2. 13. 10:44

 

 

오고 가는데 구애拘碍가 없어서 와도 오는게 아니고 가도 가는 것이 아니며, 하루종일 말해도 한 마디도 하는 게 아닙니다. 마음은 그냥 가만히 있습니다. 말하자면, 상대가 있으니 말해 주는 것뿐이지 나를 위해 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나한테 아무 필요도 없는 거니까 해보아도 손해도 이익도 없고, 아무 생각이 없는 이것이 불성佛性자리이고 마음자리입니다. 이것이 성불成佛입니다.

그러니 세상을 탁 내버리고 살아라, 모든 세계 재산 전부 내 것 만들어 놓아도 내 것 아닙니다. 돈 백만원 천만원 모아 놓으며, 바로 그 돈 한 장 한 장에 내가 구속되는 것입니다. 지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생명이 구속되는 것이고, 좋은 마누라 얻어 놓으면 그 마누라가 나를 완전히 구속하는 것입니다.

현실이란 아무 것도 아니어서 현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건은 하나도 없는데, 그것을 현실이라고 거기에 의지했다가는 눈에 핏물이 날 일이 생깁니다. 거기 속지말고, 영원히 자기 생명을 찾자는 것입니다. 그것은 먼데 있는 것은 아니고, 말하는 이 놈이고 말하는 이 자체 마음을 딱 곤두세워서 듣고 앉아 있는 생각의 주체 그것이 ''라는 것입니다.

이 일부터 해놓고 남을 도우려 해야지, 뭐니뭐니해도 아무 소용 없습니다. 무슨 박사가 되어 보아도 박사되어서 밥 수월하게 벌어먹자는 밥벌이 수단 밖에 안 됩니다. 그러나 밥 먹어 보아야 아무 것도 남는 것 없습니다. 아무 것도 되는 것도 없는 그걸 현실이라 하니, 그것에 속았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아야 합니다. 사실 대로 살아야 될 걸 알았으니 그래야 똑똑한 사람입니다. " 허망한 것은 간직할 것 없다간직해 보아야 없어지니까, 허망하지 않은 걸 찾자. 그것은 내 마음 밖에 없다. 다른 건 모두 허망하다우리가 이름지을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부처도 허망이고, 진리도 허망이며 허망한 것은 전부 허물어지는 범소유상凡所有相 개시허망皆是虛妄이다.

모든 허망에서 탈피하여 허망을 내 마음에서 버릴 때 나는 곧 내 본래 부처를 만날 수 있다. 다른 곳에 간 것도 아니고 다만 육체가 ''라는 착각 때문에, 딴 착각을 해서 그것이 바빠진 것뿐이다. " 이렇게 확실히 알아야 합니다. 그리 사느라 얼마나 바빳겠는가. 내가 이 소리를 하고 또 하는 것을 들을 때마다, 그만큼 긍정하며 그만큼 가까워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금생今生에 못하면, 내생來生에라도 해야 합니다. 남이 모두 성불하고 나는 맨 나중에 성불해야 합니다. 성불해서 안심하지, 성불하기 전에는 어디로 가나 고통입니다. 천당을 가나 극락을 가나 높은 것 낮은 것 다 있습니다. 이 마음을 깨쳐놓고 보면, 못난 사람도 없고 머리가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없고 그러니까 평등平等의 세계입니다. 거기는 시기 질투도 없고, 사람 만나면 서로가 부처이니 그저 반갑고 치하를 하며 지냅니다. 그래서 '모든 현상을 실다운 상아닌 것으로 보면, 곧 허망을 다 떨어 버리면 여래如來를 본다' 고 한 것입니다.

청담靑潭'마음에서 마음으로'

 

청담 (靑潭 19021971)
승려. 속성은 이씨(李氏). 경상남도 진주(晉州) 출신.

진주농림학교를 졸업하고 25세 때 일본으로 건너가 불법을 배웠다이듬해 귀국하여 옥천사(玉泉寺)에서 박한영(朴漢永)을 은사로 득도·수계(受戒)하고 청담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29세에 개운사(開運寺)의 대원불교전문강원(大圓佛敎專門講院)을 수료한 뒤, 교단 기강을 바로잡고 불교를 개혁 정화하고자 개운사에서 전국인대회(全國學人大會)를 결성하였으나 일본에 의하여 무산되었다광복 후 교단 재건과 불법 중흥을 위하여 대중을 교화하고 제자를 양성하였으며합리적인 종단제도를 역설하여 출가와 재가를 구분하고 5개조 행동지침을 발표하였다. 1954년 서울선학원(禪學院)에서 전국비구승대회를 소집하여 불교정화운동을 주도하였으며, 400명의 비구와 함께 단식하였다. 1966년 대한불교조계종 통합종단 2대 종정, 조계종 장로원장 등을 역임하였다. 1968년 도선사에 호국참회원(護國懺悔院)을 건립하였고 1970년 총무원장에 재임하였다. 1971년 법랍(法臘) 46세로 입적하였다저서에 신도수경(信徒手鏡)》 《금강경대강좌이 있다.


꼭이 종교의 틀(Frame)로만 국한해서 글을 대할 필요는 없을 터,
글에서 마음의 양식이 되는 말씀이 있다면 그것을 취하면 될 일이다.

본성本性을 깨우치는 이 내 한 마음을 잃어버리고,
막가는 세상이 휘두르는 거친 세파世波에 휩쓸려
나를 다잡는 한 가닥 혼줄마저 놓은 채
오로지 감각적인 삶에만 치중置重한다면...
이 한 은 죽도 밥도 안 된다는 말씀이겠다.

나의 가장 큰 스승은 그 무슨 케묵은 경전經典에 화석化石처럼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스스로 부단不斷히 밝히는
내 안의 자명등自明燈에 있는 것임을.

 

- 희선,

20101107-20240213

 

 

 

 

 

 

 

 

 

 

 

 

 

 

 

 

 

 

 

 

 

'철학과 신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꾸는 나와 꿈속의 나  (0) 2024.08.06
변하지 않는 성품(능엄경2)  (1) 2023.12.31
삼성(해심밀경2)  (0) 2023.12.13
아와 무아 (열반경2)  (1) 2023.12.07
번뇌의 삶과 여래법신  (2) 2023.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