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문장

우리는 매일매일

미송 2011. 12. 21. 18:56

 

 

 

사랑에 대한 후일담이 사랑보다 선행할 때가 있고, 자신에 관한 회고담이 자신보다 앞설 때가 있다.

시원(始原)은 파생과 유출을 통해서만 자신의 지점을 지시할 수 있는 법이다.

무언가가 자신을 긁고 지나간 후에야 우리는 그게 사랑이었음을 안다.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형용사이고 실체가 아니라 속성이다.

어떤 '상태'는 상태 바깥에서만 호명의 대상이 된다.

내게 긁힌 자국이 생기고 나서야 나는 사랑하는 상태에서 떨어져 나왔음을 안다

[중략]

그래서 '나는 ~했다/ ~이다'로 간추려지는 문장은 술어를 중심으로 다음과 같이 번역되어야 한다.

'~한 움직임이/ ~한 상태가 있었다.' 

 

진은영 시집<우리는 매일매일 ; '권혁웅의 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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