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꿈에 생생한

미송 2012. 4. 4. 07:59

     

     

    꿈에 생생한 / 오정자

     

    이틀이 지났는데도 그 꿈의 당혹감은 지워지지 않는다 시간대를 알 수 없는 하늘과

    자주자주 불그죽죽한 비가 내렸는지 흐릿한 조명 아래의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었고 지나치게 높은 까만 의자는 폭신했지만 낮은 내 앉은 키를 무시하고 있었다

    군중 속에는 아는 얼굴도 모르는 동물들의 표효도 뒤섞이어 있어서 공명의 목소리만

    을 의식하려고 그들 속에서 나를 찾으려는 허구에 기울고 있었다 한 쪽 끝에선 누군가

    가 포도주잔을 치켜들고 건배를 청했을까 꿈을 꾸며대고 있는 지금의 나처럼 뜨거우나

    뜨겁지 않았던 사랑했으나 증오와 함께 키워야 했그 남자의 우스꽝스런 바지는 터무

    니없이 늘어나 있었다 그동안 8인치 정도는 더 넓어졌을 허리띠를 풀며 그가 어릿광대

    춤을 추려는지 원고도 없이 떠들던 설교 내용도 없는 사랑의 부재를 외치려 했는지 지긋

    지긋하게 또 그가 군중 앞에서 핫바지 춤을 준비하고 있을 때 피아노 앞에 앉은 나는 첫

    곡을 울려야 하는 나는 가면 갈수록 잃어버리기 일쑤였던 악보들을 두리번대고 있었다

    인산인해의 거름 속에도 까만 별의 눈동자 속에도 편편한 받침대 위에도 없던 나의 악보

    거기까지가 꿈이다 쿨하게 끝나줘서 정말 다행이다 그러나 여전히 날 슬프게 하려는지

    꿈은... 깨어난 후에도 악보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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