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일기

내게도 사랑이

미송 2015. 10. 26. 09:56

 

게도 사랑이 / 오정자

당신 따라 나
새벽 끝까지 갈까 했어
시력이 딸릴 때까지
숨길이 미미해 지는 시각까지
당신 테두리 안에만 머무를까 했어

언젠가 당신 이렇게 말했었지
당신을 달콤한 목소리와
따스한 미소와 밝은 성격 때문에 좋아해
그러나 그게 전부라고는 말 못하겠는 걸
내가 전혀 모르는 어떤 다른 힘이 있는 걸

연민의 정도 마다하면서
사랑만을 위해 사랑하려던
당신 사랑이 나 참 무서웠어
이 순간도 습관처럼 맘 자리를 맴도는 당신
사랑의 조건이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

 

 

사실, 평생토록 진실된 사랑을 한 번도 해 보지 못하고 무덤덤하니 삶을 살다가 공허하게 세상을 뜨는 사람들도 얼마나 많던지요. 그런 면에서 보자면, 사랑이라는 말은 영혼의 내실內實을 기期하는 人生이라면 지금, 혹은 이 삶의 어느 과정에서인가 必히 한번 쯤은 만나야 한다는 <事實性의 의미>를 지니고도 있는데요. 그런데, 그 <사실성>이란 게 경제적 효용가치로서의 사람이라는 물건物件? 만 득실거리고 (심지어, 결혼까지도) 사랑으로서의 사람은 거의 없는 이 시대에 그것(사랑)을 획득해야 하는 냉혹한 현실도 포함하고 있어서 결코 만만치는 않은 거겠죠.
또, 사람의 本性이란 게 '사랑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라는 式보다는 '사랑을 스스로 하고 싶다'란 式의 소망이나 이상理想 쪽으로 기울고 있어서 자신이 바라는 진정한 사랑의 대상을 만난다는 것도 로또 1등 당첨만큼이나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더욱이, 참된 사랑은 상대를 위해서 자신의 모든 걸 비우고 버릴 수도 있어야 하는데 솔직히, 요즘 같은 이기적인 세태世態에 그건 너무 힘든 일이며 어찌 보면 그 사랑의 조건이란 게 무서운 일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안희선>

아무런 걸림없이 사랑하는 것보다
그러하지 못할 때,
사랑은 더 눈물겹도록 아름다워지니
그러나, 알고 보면 무서운 사랑
지독한 그리움으로 눈은 멀고,
님 찾는 미로(迷路)의 깜깜한 걸음에도
자꾸만 환해지는 이상한 얼굴
깊은 심장 솟구치는 애틋한 불길에
맨 가슴부터 타 들어가
온 몸이 재(灰)가 되도록, 아픈 줄도 모르니
정녕 모르고나 할, 정말 무서운 사랑

 

- 안희선 '무서운 사랑'

 


카르멘 쿠에스타 - La Bossa De Kris

 

 

로또 1등에 비유하여 만남의 운대를 말한 것이겠지만, 별안간 로또 1등에 당첨되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선망하는 다수 가운데 유일한 당첨자가 될 확률은 극히 드문 경우의 數. 그러니 그 돈 어떻게 다 쓰냐? 하는 염려는 미리 안 해도 좋을 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나를 다 비우고 버리지? 미리 염려하는 일도 로또 상상의 경우와 비슷.... 아무튼, 어떤(!) 사람과의 만남인가? 하는 '대상'의 조건(?)이 사랑의 성취에 첫번째 조건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그 조건이란 게 가치관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 사람보다 돈, 사람보다 꽃이란 사람들도 많으니까.

 

또한, 조건 없는 사랑이라고 해서 문자적으로만 해석하면 안 된다. 무조건 좋아! 하는 건 경멸할 대상들에겐 '해당사항 없음'이니까. 도그마에 갇힌 사람들처럼 무조건적인 신의 사랑이니 절대적인 사랑이니 하는 건 나로선 허용하기 힘들다. 아무나 쫄쫄 따라다니는 것 역시 똥개들의 습성. 인간이니까, 사랑의 대상을 똑바로 선별할 줄 알아야만 한다. 이러한 조건 안에서의 성취가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그러니 무서운 일이라기 보단 어려운 일에 가깝다. 

 

사랑을 제대로 하면, 건방진 사람도 겸손해 지고 머리 나쁜 여자도(남자도 마찬가지)별안간 똑똑해 진다. 바보들이 사랑을 강조하는 게 아니다. 현명한 사람은 구원의 방편인 사랑을 찾아 모험을 즐기고 또 수호하기도 한다. 사랑으로서만 인생이 성장해 감을 믿기 때문이다. 정작 무서운 건, 사랑의 진전도 없이 한 자리를 맴도는 스스로가 아닐지. 이도저도 '뭔 소리니?' 하며 '난, 관심 없어' 한다면 할 수 없는 일. 20120611-20151026<오>

 

 

 

 

 

 

 

 

 

   

 

 

'바람의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이올렛 당신  (0) 2016.03.25
에스프레소 맨 혹은, 여자   (0) 2016.03.07
내가 좋아하는 몇 가지   (0) 2015.04.13
물방울 속 물방울  (0) 2015.03.22
붉은 엽서  (0) 2015.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