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보름달 / 오정자
소슬바람 스며들어
담장 넘어 휘어진 감나무 가지
잎새 사이로 하얀 달이 박혀 있네
그리움 삭이는 휘파람 소리
감춰진 숨길 조바심 속으로
달빛 교교한데
바람이 심술을 부려
가지 끝 둥근 달
날아갈 듯 출렁이네
달 떨어질라 달 떨어질라
떨리는 잎새 건드리는 바람 잡아
낭창낭창 조율하네
척 휘어지는 감나무 가지
바닷가에서 보름달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원래 달은 엷은 막에 가리워져 보일 듯 말듯 한 게 진짜 멋지지요.
막이 조금은 두터웠지만 시로 말하자면 절창임에 분명했어요. 어슴푸니한 달님에게 소원도 하나 빌고서 왔습니다. (2011, 秋夕에)
지금은 詩에서조차 서정抒情이 학살되고 추방되는, 참으로 그로테스크 grotesque한 시대라는 생각. 요즘, 소위 한 詩한다는 시인들의 작품을 보자면... 그런 경향은 더욱 농후한 것이어서 시인들마저 이러할진대, 일반인들의 정서는 오죽하겠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 와중渦中에 아마도 우리 모두 이미 오래 전에 상실했을지도 모를, (아니 어쩌면, 상실한 그 자체마저 모르고 지냈을) 따스한 그리움의 가슴을 환기喚起하고 소환하는 시가 참, 좋으네요. 뭐랄까, 마치 달빛으로 그린 한 폭의 수묵화水墨畵 같다고 할까. 그리움이 向하는 마음의 통로를 自然 속에서 넉넉히 확보하고. 그 통로를 통해서 흘러온 둥근 그리움의 이미지 Image를 은은하게 펼쳐낸, 한 幅의 정갈한 심상화心象畵라는 느낌.
달빛의 무게에 척 휘어지는 감나무 가지가 낭창낭창 조율하듯 출렁이는, 둥근 달. " 달 떨어질라 달 떨어질라 " 아, 그러나 그렇게 낭창낭창 조율하는 건 결국 시인의 마음이었으리라. 둥근 그리움은 그렇게, 교교嬌矯한 달빛에, 시인의 마음에, 깃들어 살고 있음을. <시인 안희선>
바람꽃 (e.s) - 奚琴 Instrumental
(奚琴;굵은 대나무 뿌리에 오동나무로 복판을 댄 공명통 가운데에 길이 58㎝ 정도의 대나무를 세우고, 명주실을 꼬아 만든 두 줄을 건다. 말총 활대를 두 줄 사이에 끼우고, 말총에 송진을 바른 다음 활을 밀거나 당기면서 줄을 문질러 소리낸다)
가을볕에 나뭇잎들이 눈부시게 반짝이는 건, 저 해금처럼 나무가 共鳴筒을 내 주었기 때문이겠죠? ... 악기 그리고 겸허한 연주자의 손과 나그네의 귀가 어우러져 한 해의 무대가 마무리되고 있네요. 四季 중 가을을 지나고 있다는 건, 누군가에게 한번 더 용서받았다는 의미입니다. 고마워요, 살아준 당신 그리고 'i'
해금소리 아름다운 추석입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