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일기

피부감각

미송 2012. 10. 28. 09:12

피부감각 / 오정자

때때로 그대를 나
아주 멀리 느낍니다
그러나 눈물 어린 눈으로
절망에 깨물린 입술로
버림도 개의치 않는다며 나
많이 아파도 좋은 사랑을 하렵니다

그대가 아무리
멀리 간다 해도 나
황홀한 탈바꿈을 꿈꾸며
오래 잠자는 누에고치처럼 고요하게
느슨한 마음으로 그대를 붙좇으렵니다

사랑이 거리감각에서 그칠 리가 없습니다
사랑이 피부감각에서 그칠 리가 없습니다.

 

 

이따금, <사랑이란 참 고단한 것>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詩에서처럼, 모든 감각적인 (즐거운)삶을 포기하더라도
(사랑의) 순수純粹한 절정絶頂을 위해서 깊은 어둠 속에 홀로 반짝이는 눈물 어린 눈 같은 경우에는.
하지만... 사람과 사랑, 그 연결의 방정식에 있어서 요즘 사람들이 흔히 찾는 (당장 눈 앞에 보여지고, 피부의 촉감으로 느껴지는)
물리적物理的 감각을 <진정한 사랑의 공통분모>에서 배제排除하는 것에는 고개가 끄덕여지네요.
어쩌면, 사랑마저 <감각적 충동>에만 의존하는 이 말초적末梢的, 병적病的인 세태를 조용히 꾸짖는 목소리 같기도 하구요.

<안희선 시인>

 

 

 

피부감각에 유난했던 6년 전, 시크해진 감정으로 끄적였던 흔적 같은데, 이 아침 왜 떠올랐는지. 또, 고양이 보단 강아지를 좋아하는데 왜 이미지까지 대치하는지. 자취없이 가는 맘을 뭐 단정지을까요. 내 안에 잠든 나를 들여다봅니다. 고양이의 촛점은 방향을 두고 있지만 나는 둔감하군요. 이렇듯 한심스럽다 느껴질 때면, 한때의 감각이나마 일깨워야 겠습니다. 당신 살(肉)을 베지 않길 바라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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