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이슬 / 오정자
내 속에
당신이 만지지 못하는
햇살이 묻어 있네
뜨거움 하나 믿고 몰래
자의(自意)로 태어나는 아침 이슬이
저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대지의 유액인가 봐, 이건
빛과 빛이 서로 양보하는
고요한 아우성인가 봐
아침 햇살이
나를 적시면서
당신 사랑이 사라지네
백합, 그 가녀린 꽃술에 맺힌
이슬방울들이 시끄럽게 합창하는 아침에
뭔가, 애틋한 느낌을 주는 시 한편. 아침 햇살의 고요한 아우성 속에 밤 사이... 백합, 꽃술에 맺힌 영롱한 이슬방울이 사라진다니.
어찌보면, 무상無常한 행위로서 사랑에 대한 동경憧憬에서 솟아오르는 연약한 이슬도 연상이 되는데요. 그래도, 삶의 기꺼운 힘은
그 연약한 이슬들의 합창 끝에 아스라히 맺히는 눈물 속에서 나타난다는 생각도 해보며...<안희선 시인>
춥다고 방구석에만 웅크려 사는 건 바보들의 특기입니다. 햇살이 올라오면 곧 사라질텐데 하며 물기를 두려워하는 것 역시 자연에 순종하는 자세는 아니죠. 우리는 햇살이나 이슬(이슬은 특별히 아침의 소재이지만)을 가녀린 것이라 연상하지만 바꿔 생각해 보면 그들은 필시 강인한 존재들일 것입니다. 아침이면 아우성 칠 줄도 알고 양보할 줄도 아는 햇살과 이슬의 관계를 인간은 얼만큼 닮을 수 있을까요. 종종 햇살 앞에 계절의 이름을 붙이기도 하지만 고유한 이슬은, 아침이 오면 사라질 줄도 아는 이슬은, 깨어있는 자와의 필연적 조우이자 작별일 것입니다. 건조한 마당, 마른 나뭇가지, 시든 꽃잎들이 흔들리는 시간, 시간의 축복이 아침햇살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선지 계절이 촉촉하군요. 따스하군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