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일기

바람의 이력(履歷)

미송 2013. 4. 19. 07:30

 

 

 

람의 이력(履歷) / 오정자

구름의 화가가 노을을 부르고 있었다
저녁 안개가 자주색으로 물들여지고 있을 때
착착 안기고픈 당신 품처럼 솜털 구름이
바람이 능선을 어루만지며 흩어지고 있었다
구름의 동작은 바람의 내숭을 숨기고 있다
구름은 화가의 손끝에 집중된 눈들을 자신에게 모은다
평가하기에는 구름의 연기력이 바람의 붓질보다 수월하다
피어나는 과실의 꽃들이나
우짖는 나무 위에 새들
붉은 낯으로 스며든 저녁 산 구름들은
어디에서 영원히 살아갈까
갈빛 홍차에 어제 노을이 묻어 있다
구름과 물이 든 바람이 찻잔 사이로 걸어온다
아름다운 꿈 깨어나 별빛을 바라보는
소년처럼,

 

 

바람의 履歷이 꽤나, 이채롭군요. 어쨌던, 구름의 화가는 시인 자신을 담고 있음일까요. 詩라는 게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이던 수 많은 事象이 등장하기 마련인데... 그 중에 하나를 골라, 對象에서 얻어지는 자극과 반응 또는 상상과 그 연합 및 삭제의 과정을 통해서 대상이 시인의 意識 안으로 빨려들어, 시인과 함께 한 共感帶를 형성할 수 있단 것 자체만으로도 시가 구체적인 삶의 한 방식, 혹은 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것에 얼굴 불키며? 사나운 이의異議를 달 사람은 없을 거예요. 아름다운 꿈 깨어나, 별빛을 바라보는 소년. 구름 붓 끝에 남겨진, 그림이 바람의 이력에 쌓여가네요. <안희선>

 

 

 

여기서 구름의 화가는 바람일 것이다. 바람의 붓질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곤 했던 구름의 곡예. 아름다웠던 계곡을 그렸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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