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과 산문

이수익<야간열차>

미송 2012. 11. 24. 08:26

     

     

     

    야간열차 / 이수익

     

     

    枕木이 흔들리는 진동을 머얼리서

    차츰

    가까이

    받으면서,

    들판은 일어나 옷을 벗고 그 자리에 드러누웠다.

     

    뜨거운 열기를 뿜으며

    어둠의 급소를 찌르면서 육박해 오는

    상행선

    야간열차.

     

    주위는 온통 絶交한 침묵과

    암흑의

    바다였다.

     

    드디어 한 가닥 전류와 같은 관통이

    풀어헤친 들판의 裸身을 꿰뚫고 지나가는 동안

    황홀해진 들판은 온몸을 떨면서

    다만 신음할 뿐인,

    올가즘에

    그 최후의 눈마저 뜨고 있더니.

     

    열차가 지나고,

    다시 그 자리에 소름 끼치는 두 시의 고요가

    몰려들기 시작할 무렵엔

    이미 인사불성의 혼수에 빠져 있었다.

     

     

    시집 <야간열차(夜間列車)> 예문관 1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