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열차 / 이수익
枕木이 흔들리는 진동을 머얼리서
차츰
가까이
받으면서,
들판은 일어나 옷을 벗고 그 자리에 드러누웠다.
뜨거운 열기를 뿜으며
어둠의 급소를 찌르면서 육박해 오는
상행선
야간열차.
주위는 온통 絶交한 침묵과
암흑의
바다였다.
드디어 한 가닥 전류와 같은 관통이
풀어헤친 들판의 裸身을 꿰뚫고 지나가는 동안
황홀해진 들판은 온몸을 떨면서
다만 신음할 뿐인,
올가즘에
그 최후의 눈마저 뜨고 있더니.
열차가 지나고,
다시 그 자리에 소름 끼치는 두 시의 고요가
몰려들기 시작할 무렵엔
이미 인사불성의 혼수에 빠져 있었다.
시집 <야간열차(夜間列車)> 예문관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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