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과 산문

고은<삶>

미송 2009. 5. 19. 23:03

/ 고은

 

비록 우리가 몇가지 가진 것 없어도

바람 한 점 없이

지는 나무 잎새의 모습 바라볼 일이다.

또한 바람이 일어나서

흐득 흐득 지는 잎새의 소리를 들을 일이다.

우리가 기역 니은 아는 것 없어도

물이 왔다 가는

저 오랜 고군산(古群山) 썰물 때에 남아 있을 일이다.

젊은 아내여,

여기서 사는 동안

우리가 무엇을 다 가지겠는가.

또 무엇을 생이지지(生而知之)로 안다 하겠는가.

잎새 나서 지고 물도 차면 기우므로

우리도 그것들이 우리 따르듯 따라서

무정(無情)한 것 아닌 몸으로 살다 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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