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 고은
비록 우리가 몇가지 가진 것 없어도
바람 한 점 없이
지는 나무 잎새의 모습 바라볼 일이다.
또한 바람이 일어나서
흐득 흐득 지는 잎새의 소리를 들을 일이다.
우리가 기역 니은 아는 것 없어도
물이 왔다 가는
저 오랜 고군산(古群山) 썰물 때에 남아 있을 일이다.
젊은 아내여,
여기서 사는 동안
우리가 무엇을 다 가지겠는가.
또 무엇을 생이지지(生而知之)로 안다 하겠는가.
잎새 나서 지고 물도 차면 기우므로
우리도 그것들이 우리 따르듯 따라서
무정(無情)한 것 아닌 몸으로 살다 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