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과 산문

박목월<회수>

미송 2009. 5. 19. 22:51

회수 (回首) / 박목월

 

나의

손가락 사이로

모든 것은 부드럽게

흘러 내렸다.

어린 날의

모래톱이며

냇물이며, 앓는 밤의

출렁이는 검은 물결이며,

첫사랑이며,

쫓다가 놓쳐버린 사슴

그럿은

나의 손가락 사이로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 흔적으로

달이 있다.

달빛에 비춰보는 빈 손,

그리고

산마루에서 발을 멈추고

뒤돌아보는

사슴이 있다.

좀생이 별 아래서

고개를 돌리고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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