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카페 / 오정자
자궁처럼 아늑한 곳에서
초록 이슬방울과
진한 갈색 커피와
낡은 나무의자에 성큼
내려앉는 중량감으로
스산한 재즈 음악 울리네
들꽃 자욱한 곳
돌부리에 넘어지기도 하면서
비 지난 후 무지개
거대한 반달로 떠오르는 시각에
숲 속에서 은밀하게 만나네
내 남자는 반짝이는 풀잎 이슬
나는 쓰러질 듯 나른한 안개
거실 후레지아 흔들리는
헤즐럿 향기 혼미한 밤에
이마에 떨어지는 별똥을 만지면서
갈매기 울음 같은 재즈를 듣네
성난 파도 사정없이 밀려 와
먼 바닷가 모래성이 무너지네
그런 분위기의 <재즈카페>라면, <헤이즐럿>과 더불어 <에스프레소>도 괜찮을듯. 그런데, 거실로 이입移入되는 그 카페의 추억이 왠지 쓸쓸하기도 하고. 암튼, 아직도 가슴 안에 추억으로 살아있는 것. 비(雨) 지난 후, 그윽한 달빛을 받는 그것이 왠지 갸날픈 <후리지아> 꽃과도 같아서, 안쓰럽기도 하고. 또, 그것을 스쳐 간 세월의 그늘이 그것을 한 때 무르익게 만들었던 향기로운 바람과 오버랩 Overlap이 되면서 이슬에 젖은 눈(眼)이 되는 느낌. 어쨌던, 추억에서나 만날 수 있는 因緣은 슬프다는 생각도 해보면서. <안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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