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득한 성자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 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2
아지랑이
나아갈 길이 없다 물러설 길도 없다
둘러봐야 사방은 허공 끝없는 낭떠러지
우습다
내 평생 헤매어 찾아온 곳이 절벽이라니
끝내 삶도 죽음도 내던져야 할 이 절벽에
마냥 어지러이 떠다니는 아지랑이들
우습다
내 평생 붙잡고 살아온 것이 아지랑이더란 말이냐
조오현(曺五鉉) ; 자신을 설악산 산감(山監: 산지기) 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신흥사·백담사 회주(會主:절에서 가장 높은 어른으로 조실이라고도 함)다. 그는 여섯 살 때 절간에서 소를 키우는 머슴으로 입산했다. 절집에서 삶을 시작했으니, 승려가 될 수밖에 없었다. 1959년 조계종 승려로 등재됐다. 법명은 무산(霧山), 호는 설악(雪嶽)이다. 그는 수행자이면서도 뛰어난 문인이다. 불교신문 주필을 맡은 적도 있다. ‘정지용문학상’을 받은 그의 시에 대해, 고은(高銀)은 “안개 자욱한 내설악 / 안개 걷히운 외설악을 아우르고 있다”며 절찬했다. 그는 ‘만해축전’을 개최해, 현재 만해사상실천선양회 이사장, 백담사만해마을 이사장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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