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과 산문

조오현 <아득한 성자> 外 1편

미송 2013. 10. 1. 07:12

     

     

     

    1

    아득한 성자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 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2

    아지랑이

     

    나아갈 길이 없다 물러설 길도 없다

    둘러봐야 사방은 허공 끝없는 낭떠러지

    우습다

    내 평생 헤매어 찾아온 곳이 절벽이라니

     

    내 삶도 죽음도 내던져야 할 이 절벽에

    마냥 어지러이 떠다니는 아지랑이들

    우습다

    내 평생 붙잡고 살아온 것이 아지랑이더란 말이냐

     

     

    조오현(曺五鉉) ; 자신을 설악산 산감(山監: 산지기) 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신흥사·백담사 회주(會主:절에서 가장 높은 어른으로 조실이라고도 함). 그는 여섯 살 때 절간에서 소를 키우는 머슴으로 입산했다. 절집에서 삶을 시작했으니, 승려가 될 수밖에 없었다. 1959년 조계종 승려로 등재됐다. 법명은 무산(霧山), 호는 설악(雪嶽)이다. 그는 수행자이면서도 뛰어난 문인이다. 불교신문 주필을 맡은 적도 있다정지용문학상을 받은 그의 시에 대해, 고은(高銀)안개 자욱한 내설악 / 안개 걷히운 외설악을 아우르고 있다며 절찬했다. 그는 만해축전을 개최해, 현재 만해사상실천선양회 이사장, 백담사만해마을 이사장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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