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과 산문

박순원 <개는 어쩌다 개가 되었나>

미송 2013. 10. 28. 09:50

       

        

      개는 어쩌다 개가 되었나 / 박순원

          

      여우는 여우고 늑대는 늑대고
      이리는 이리 삵은 그냥 삵인데
      캥거루는 캥거루고 기린은 기린인데
      개는 어쩌다 개가 되었나 고양이는
      갸릉갸릉 눈치를 보며 좀처럼
      승복하지 않는데 개는 어쩌다
      개가 되어 덩치가 크고 씩씩하고
      썰매를 끄는 날쌔고 잘 달리고
      사냥도 하는 복실 복실 아장아장
      걸으며 교태를 부리는 다종
      다양한 개가 되었나 학교 갔다
      돌아오면 반갑다고 꼬리치며
      멍 멍 멍 짖지도 못하게 성대
      결절 수술을 받았나 어쩌다
      반려동물이 되어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위로할 수 있게 되었나
      가격이 매겨지고 족보가 생기고
      계급까지 생기게 되었나

       

      박순원   2005서정시학으로 등단. 시집 아무나 사랑하지 않겠다》 《주먹이 운다》 《그런데 그런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