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마저 없었다면, 우리는 불가해하고 무의미하게 닥쳐오는 숱한 고통들을 응시할 수 없었을 것.
-반 고흐
고호의 마을 / 백규홍
고호의 마을에 가을이 왔습니다.
그의 눈은 낮달처럼 투명해져
가고지난 여름 해일이 되어 밀려오던
보리밭이 그리워집니다.
오랫동안 소식 없는 아우가
생각나는 밤이면
번쩍이는 뱀눈을 뜨고
까마귀가 되어 화폭을 떠납니다.
고호의 마을에 가을이 왔습니다.
사람들은 이미 그를 떠났고
산도 그를 떠났습니다.
지워진 모든 풍경이
그리워지는 날이면
낡은 외투를 입고 그림자가 되어
절며 돌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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