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廢墟) / 오정자
-황지우의 ‘뼈아픈 후회'를 읽으며
몇 점 낙엽이 젖은 땅과 조우遭遇한다
당김이 없이도 될 성 싶은 저들의 밀착密着에는
뼈아픈 후회가 없다
쓰러진 갈퀴나무 대신
너덜한 오가피 나무가 상징처럼 서 있다
흔들리며 흔들며
죽은 짐승의 귀도 모래바람도 사치스런 벌레도 살지 않을 것 같은
그 사이를 나는 빈들이라 부를까, 사철 온순한 바람만 불 것 같은
벌건 신음조차 몰라
부정否定한다는 것조차 몰라
응시로 젖어드는 나무들
폐허가 될 수 없다
폐허는 오지奧地같은 인간의 마음에만 살고
저들은 정작 폐허를 알지 못하니
울부짖는 짐승들의 늦가을
폐허 아닌 폐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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