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시] 폐허(廢墟)

미송 2013. 11. 17. 08:46

       

       

       

      폐허(廢墟) / 오정자

      -황지우의 뼈아픈 후회'를 읽으며

          

       

      몇 점 낙엽이 젖은 땅과 조우遭遇한다

      당김이 없이도 될 성 싶은 저들의 밀착密着에는

      뼈아픈 후회가 없다

       

      쓰러진 갈퀴나무 대신

      너덜한 오가피 나무가 상징처럼 서 있다

      흔들리며 흔들며

       

      죽은 짐승의 귀도 모래바람도 사치스런 벌레도 살지 않을 것 같은

      그 사이를 나는 빈들이라 부를까, 사철 온순한 바람만 불 것 같은  

       

      벌건 신음조차 몰라

      부정否定한다는 것조차 몰라

      응시로 젖어드는 나무들

      폐허가 될 수 없다

      폐허는 오지奧地같은 인간의 마음에만 살고

      저들은 정작 폐허를 알지 못하니

       

      울부짖는 짐승들의 늦가을

      폐허 아닌 폐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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