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시] 낙엽을 태우며

미송 2013. 11. 18. 09:18

       

       

       

      엽을 태우며 / 오정자

       

      둔감하기까지 한 기능들을 점검하려는 듯

      정신을 놓게 했던 한 남자의 그림자를 바라본다

      낙엽을 태우면서 맨발의 감수성으로 낙엽을 부르던

      더 많은 낙엽 속을 돌아 나온다

      추억은 육신의 사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흩날릴 차례,

      인연까지 쌓여버린 유리문의 먼지들과

      낙엽을 태우면서 모아두려던 성향을 살핀다

      옴비곰비한 연기들이 사라진다

      갓 볶아낸 커피 향 

      실연을 가르쳐 준 사랑과

      잔을 기울이고 싶은 벗과

      물빛 아련한 모성과

      한 페이지 훌쩍 가을을 넘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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