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태우며 / 오정자
둔감하기까지 한 기능들을 점검하려는 듯
정신을 놓게 했던 한 남자의 그림자를 바라본다
낙엽을 태우면서 맨발의 감수성으로 낙엽을 부르던
더 많은 낙엽 속을 돌아 나온다
추억은 육신의 사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흩날릴 차례,
인연까지 쌓여버린 유리문의 먼지들과
낙엽을 태우면서 모아두려던 성향을 살핀다
옴비곰비한 연기들이 사라진다
갓 볶아낸 커피 향
실연을 가르쳐 준 사랑과
잔을 기울이고 싶은 벗과
물빛 아련한 모성과
한 페이지 훌쩍 가을을 넘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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