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천(梵天)
붉은 살해자가 살해한다고 생각하고
살해당한 자가 살해당했다고 생각한다면
그들은 내가 존재하고 지나가고 되돌아서는
미묘한 방법을 잘 모르는 것
먼 것도 잊혀진 것도 내게는 가깝다
그늘이나 햇빛은 동일(同一)하다
정복된 신들이 나에게 나타난다
수치(羞恥)나 명예(名譽)나 내게는 마찬가지
나를 무시하는 자는 잘못 생각하는 셈이다
나를 피해 가는 이에게는 나는 날개다
나는 회의(懷疑)하는 자요 회의(懷疑) 자체다
나는 바라문이 부르는 찬송가이다
강한 신들은 나의 거주지(居住地)를 그리워하고
성(聖)스런 칠인(七人)도 그것을 헛되이 그리워한다
허나 선(善)을 사랑하는 겸손한 자여!
나를 찾고 하늘에 등을 돌려라.
이 시는 브라마(Brahma) 또는 브라만(Brahman)이라고 불리우는 힌두교의 범천 사상을 다룬 것으로, 에머슨의 대령(Oversoul)은 여기에 기초를 둔 것이다. 네 개의 연으로 된 이 시에서 브라마가 마야(maya)의 환영(幻影)을 물리치고 편재(遍在, omnipresent)하는 자신의 특성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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