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청춘
갈대밭에 길게 누워 있는 처녀의 입이
무엇엔가 갉아먹힌 듯 했다
가슴을 풀어헤쳐보자 식도에 구멍이 숭숭 나 있었다
급기야 횡경막 아래 으슥한 곳에서
새끼쥐들의 둥지가 나왔다
거기 한 작은 암컷이 죽어 나자빠져 있네
다른 쥐들은 간과 콩팥을 먹고 살며
찬 피를 빨아마시고
여기서 아름다운 청춘을 보냈지
시원스럽게 후다닥 그들도 죽어갔다
그들 모두 물 속에 던져졌는데
아, 그 작은 주둥이들의 찍찍거리는 소리라니
작은 아스터꽃
익사한 술배달꾼이 테이블 위에 받쳐져 있다
누군가 그의 이빨 사이에
한 송이 짙은 연보라색 아스터꽃을 끼워 넣었군
긴 메스를 들고
피부 아래
흉곽에서부터
혀와 입을 잘라낼 때
그 꽃과 난 부딪쳤던 모양이군, 그럴 것이
꽃은 옆에 있는 뇌수로 미끄러져 내렸으니까
꿰맬 때
대패밥 사이 가슴 구멍 속으로
나는 그만 그 꽃을 싸 넣었네
네 꽃병 속에서 실컷 마시거라
편안히 쉬거라
작은 아스터꽃아
순환
이름 모르게 죽어간,
한 창녀의 외로운 어금니는,
금니였다
나머지 이빨들은 조용히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빠져 있었고
금니는 시체 치우는 사람이 뽑아서
저당 잡히고 춤추러 갔다
왜냐하면, 그의 말인데,
흙만 흙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시집 <屍體公示所, 1912>
고트프리트 벤(Gottfried Benn 1886~1956)- 독일. 시인이자 해부학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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