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피네 / 강신애
창조주가 천국의 바위를 던져 만든
폴리네시아의 섬에는
세상에 없는 피조물이 살고 있지요
에메랄드 하늘과 바다
초록에 키스하기에
단 두 개의 성(性)만으로는 부족해
여자이면서 남자인 인간,
신을 쏙 빼닮은
파파피네를 만들었지요
파파피네는 가슴에 꽃목걸이 드리우고
파파피네는 출렁이는 둔부로
파파피네는 불가사의한 생을 춤추고 노래하지요
열대의 먼 여행길
배낭에서 슬픔이 묻어나오면
마나(mana)와 조개껍데기와 놀고 있는
파파피네을 찾으세요
플루메리아 피어난 머리카락
꽃무늬 프린트 치마를 펄럭이며 모래밭을 서성이는
파파피네를 포옹하면
신성한 힘과 아름다움이 무한 수렴되지요
파도처럼 나침반처럼
잃어버린 세계가 일렁이지요
캐슬린 윈터의 소설 <애너벨>에서 모티브를 얻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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