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 속의 긴 낭하 / 황지우
발자국 소리, 자물쇠 속의 긴 낭하로
사람이 온다
사람이 무섭다
자물쇠 콧속으로 흐린 山 물이
흘러 들어온다 腦膜*에 아득하게
떠 있는 어린 시절 소금쟁이
물풀들, 물소리가
귓바퀴를 두어 바퀴
맴돌다 우뚝 멈추고 요구한다
"말해!"
자물쇠의 食道를 타고 뜨겁게
다시 전화벨이 울린다
목구멍으로 꿀떡
시린 칼자루가 들어온다
칼에 꽂힌 채
묻는 말에 대답하기
"우리가 사람이란 걸 그만둡시다"
자물쇠 구멍으로 부는 聽學的인 바람
느티나뭇잎들이 흔들린다 누가
멱살을 잡고 흔든다 가지가지에
양면 종이들이 펄럭이고
마지막 한 잎이 손에서
지문을 앗아간다
잠들고 싶다
"아 몸이 왜 있을까"
밖에서 닫아주는 문소리,
발자국 소리, 자물쇠 속의 긴 낭하로
사람이 나간다
쓰러지면서
용서를 빌면서 비로소 파리
에게 말한다 onLY WAY TO FLY"**
* 뇌막 : 두개골 안에 뇌를 싸고 있는 얇은 껍질.
** 히피들의 목걸이에 새겨진 말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 문학과 지성사, 1983>
발 작 / 황지우
삶이 쓸쓸한 여행이라고 생각될 때
터미널에 나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싶다
짐 들고 이 별에 내린 자여
그대를 환영하며
이곳에서 쓴맛 단맛 다 보고
다시 떠날 때
오직 이 별에서만 초록빛과 사랑이 있음을
알고 간다면
이번 생에 감사할 일 아닌가
초록빛과 사랑 ; 이거
우주 奇蹟 아녀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 문학과 지성사,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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