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일기

자율신경 혹은, 창문

미송 2014. 6. 25. 06:37

 

자율신경 혹은, 창문 / 오정자

내 작은 창문에
빨강 노랑 파랑 남색
알록달록한 구슬발을 내리고
빛의 춤사위를 바라본다


빛줄기 언저리에
탁한 주홍빛으로 끊임없이
번지는 긴장과 충돌

 

자율신경이 파닥거린다
뜨겁게 혹은 차갑도록 밀고 당기는
빛과 구슬의 무한한 자유

내 작은 창문에
바람이 까르르 웃는 이유는
지구 건너켠에서 비롯된
그 엄청난 빛 때문이었다

빛은 변명하지 않는다

 

지 존재이유를
누누이 설명하지 않는 빛
그 서늘한 요술 속에서
한사코 부둥켜 안는 우리

 

 

 

자율신경을 대표하는 걸로 '호흡'을 들 수 있겠지요. (물론, 그 이외에도 심장박동이나 체내 산도酸度 조절 및 홀몬분비 等等 많지만) 암튼, 호흡을 할 때마다... " 이제 숨을 들이켜야지, 들이켰나? 그럼 다시 숨을 내뿜어야지 " 하고 일일이 의사결정의 생각을 해야한다면, 차라리 안 사는 게 편할지도. 시에 있어서도 그러한 것 같습니다. 시어 하나 하나마다 논리적 잣대를 들이대어야 한다면, "질식" 그 자체이겠지요. 마음의 窓에 깃든 빛도 그 무슨 좌표설정에 관한 복잡한 계산의 결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요즈음입니다. 하여, 사람과 사람이 포옹하는 것에도 그 원인과 결과를 예리하게 분석해야 한다면 차라리 혼자 사는 게 기쁠 수도 있겠습니다. 빛은 변명하지 않는다 지 존재이유를 누누이 설명하지 않는 빛 그 서늘한 요술 속에서 한사코 부둥켜 안는 우리 일체의 변명이 필요없다 말하는, 시 한편에서 그렇게 흔히, 사람들 입에 회자膾炙되는 '사랑'도 (Must) ...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면서. 변명하지 않는, 빛 아마도, 어둠을 밀어내고 환해지는 것에 일체의 이유나 계산이 없기 때문일까? 인간관계에서 은연중 손익계산서를 작성하던, 나 시를 읽고 놀란 듯한, 내 마음의 창(窓)도 열어본다. 내 안의 아득한 어둠을 넘어서, 모처럼 파닥이는, 자율신경을 따라서...... <안희선>

 

 

       

           [Intime]  Fantasia

 

            200602-20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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