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를 칭칭 감은 줄기가 / 오정자
불통의 암벽을 그들은 강한 바위라 불렀다 '우리 부부는 잉꼬처럼 살아 아암 내가 누군데'
앵무새처럼 재잘대는 그의 긍정에 긍정이 강한 부정처럼 느껴져 정의만 부르짖는 그가 정말
행복할까 의심하던 어느 날 나는 보았다 아내와 버스를 타고 가다 전복되는 바람에 혼자 살아
남은 사내의 오랜 고독을 십 년이 넘게 폐인처럼 산 남자 곁에 행복한 그 남자 빈컵 같은 결혼
주례문 행복한 사람 넘치는 세상 그 사내에게 술 한 잔 따르는 이 없더라 그래요 꾸준히 기뻐
하세요 그 옆을 무심히 지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아직은 무사하다 말하는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행복이라 믿고 싶은 것들... 그런 속절없는 믿음이 그나마 있어, 희망이 되고 안심이 되는 삶인데. 사실, 진실로 지극히 불행해진 사람의 입장에선 그런 한 때의 견고했던 믿음들이 모두 꿈 속의 빈말 같기만 한데요... 그건 행복에 취한 사람들에겐 하등의 관심도 끌지 못하는 불행한 사람의 넋두리이기도 해요. 짧은 꿈 같은 삶이 드리우는, 긴 명암明暗이라 할까. 하지만, 오늘도 행복은 불행과는 엄연히 다른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허리에 칭칭 감은 믿음의 줄기를 간직하고 또 다른 행복을 향해 삶의 촉수를 뻗어가지요. <안희선 시인>
'광화문이나 청와대에서 멸치를 덮어쓰고 있으면 혹시 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 말은 사진 아래 달린 어느 네티즌의 말이다. 웃기지만 웃지 못 할 멘트다. 한쪽은 목숨을 걸고 단식투쟁을 하는데 한쪽은 만남을 외면한 채 자갈치 시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개인적 불통의 역사 하나쯤 누구나 갖고 살겠지만 요즘같이 거국적인 불통의 시대도 드물단 생각이 든다. 중첩된 불신과 불통의 나날이다. 이런 악순환 속에 놓여 있는 우리, 무사한가, 그래도 물어야 한다, 그래도 안녕하신가, 그래도 잘 견디고 계신가.... 서로의 목숨을 궁금해 할 수 있어야 한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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