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과 산문

김이듬 <죽지 않는 시인들의 사회>外 1편

미송 2014. 7. 3. 08:58

 

죽지 않는 시인들의 사회 - 김이듬

 

그들은 둘러앉아 잡담을 했다

담배를 피울 때나 뒤통수를 긁을 때도 그들은 시적이었고

박수를 칠 때도 박자를 맞췄다

수상작에 대한 논란은 사라졌고

술자리에서 사고치지 않았으며

요절한 시인들을 따라가지 않는 이유들이 분명했다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연애사건도 벌어지지 않았다

나는 죽어버릴 테다

이 문장을 애용하던 그 시인자식은

지원금을 받아 외국으로 사라지더니

여행책자를 출간해 한 턱 쏘았다 난 안 취할 만큼 마셨다

중요한 건 그 자리에 빠진 이들

그 시인들은 제 밥그릇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는지

신촌의 작업실에서 애들이 기어 다니는 방구석에서

날이 밝아올 때까지 하찮아지고 있는지

뭔가 놀라운 한 줄이 흘러나오고 손끝에서

줄기와 꽃봉오리가 환해지는지

중요한 건 그런 게 없다는 것

아무도 안 죽고 난 애도의 시도 쓸 수 없고

수술을 받으며 우리들은 오래 살 것이다

연애는 없고 사랑만 있다

중요한 건 아무 것도 없다

조용히 그리고 매우 빠르게

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했다

 

 

시인학교 - 김종삼

 

공고 

 

오늘 강사진

 

음악 부문

모리스 라벨

 

미술 부문

폴 세잔느

 

시 부문

에즈라 파운드

모두

결강.

 

金冠植, 쌍놈의 새끼들이라고 소리지름. 지참한 막걸리를 먹음.

교실 내에 쌓인 두꺼운 먼지가 다정스러움.

 

金素月

金洙映 휴학계

 

全鳳來

金宗三 한 귀퉁이에 서서 조심스럽게 소주를 나눔.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제5번을 기다리고 있음.

 

校舍.

아름다운 레바논 골짜기에 있음.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제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