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일기

붓질이거나 춤

미송 2015. 1. 24. 11:06

 

 

 

  Paint : Gesine Marwedel / Photos: Thomas van de Wall

 

 

질이거나 춤 / 오정자

천상을 향한 그리움이
파도처럼 가슴을 때립니다
모래알 한 줌이 바람결에
내 팔 안쪽에 얹힙니다 한 동안
감각의 틈이 넓어집니다

태양의 붓질은 간지럽고 부드럽고
따스해요 태양이 따스한
그림을 내 살갗에 그립니다
뼈 간 곳을 따라 경계선이 생기네요
무수한 손가락들 그림자가 선명해집니다

소금물 범벅이 된 내 체온이
수평선 쪽으로 질주하네요 내 체온은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돌풍에 매달립니다

지상의 살결이 쑥밭이 되고 잠시 후
바다는 숨 멎는 꽃처럼 실신합니다
삽시간에 파도가 풍경화처럼 굳어지고
내 등허리에서 모래알 한 줌 떨어집니다.

 

 

詩語의 속도감과 함께 연상聯想으로 이어지는, 그리움의 풍경이 곱습니다. 제 나름의 판단은 일단 유보한 채, 시가 그리는 유려流麗한 線을 따라가다 보니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끝없이 펼쳐진 하얀 백사장에서 파아란 하늘에 닿은 수평선을 바라보게 되네요. <붓질이거나 춤>도 이 정도면, 상식적 차원의 문장 장식이란 목적을 넘어서 구체적 이미지로서의 조명+풍경+밀도라는 등식等式도 성립될 것 같구요. 결 고운 상징적 은유로 만나게 되는, 바다의 풍경에 머물다 가네요. 그렇지 않아도, 바다에 너무 가고팠는데. <안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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