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붉은 수수밭

미송 2014. 10. 26. 08:52

 

중국 민초들의 생생한 한일 투쟁기

 

중국 문단의 대표적인 작가로 급부상한 모옌의 대표작. 소설의 일부 내용을 장이모우 감독이 영화 '붉은 수수밭'으로 제작하였으며, 1920년대 중반부터 1940년대 초반까지의 중국 산둥 성 까오미 현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일본군이 주둔하고 있는 까오미 현은 온갖 착취와 부역 등 일제의 만행에 시달리고 있는데, 서서히 대오를 정비하며 일본군에 맞서는 중국 민초들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소설은 문둥병을 앓고 있는 고량주 양조장집 아들에게 팔리듯 시집가던 따이펑리옌이 당시 꽃가마를 메던 위잔아오와 사랑에 빠져 '나'의 아버지를 잉태하는 시점에서 비롯된다. 위잔아오는 양조장집 부자를 살해해 따이펑리옌이 그 안주인이 되도록 한 뒤에 양조장에 일꾼으로 들어가 있다가 점차 영웅적인 면모를 보이며 인근의 민중들을 통솔하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십여 년 뒤 일제의 착취는 점점 심해져가고, 양조장의 큰어른인 루어한 큰할아버지(大爺)가 가죽을 벗겨 죽임을 당하는 만행을 당하자 위잔아오는 매복전을 벌여 일본군에 승리를 거둔다. 그러나 이 전투에서 '나의 할머니' 따이펑리옌이 총에 맞아 숨지게 되고, 이어지는 일본군의 보복 학살로 까오미 현은 처참한 살육의 땅으로 변해간다. 일제에 맞서기 위해 렁 부대(국민당), 팔로군(공산당), 철판회(민병 조직) 등이 생겨나지만 아직 변변한 무기조차 없이 서로 무기쟁탈전이나 벌이는 형편이다. '나의 할아버지'인 위잔아오 사령관은 어느 거대 조직에도 가담하기를 꺼리며 맨 앞에서 민중들을 진두지휘하며 일본군에 저항한다. 

 

 

작품 자세히 들여다보기


소설은 '나'가 서술하는 동시에 '나의 할머니ㆍ할아버지ㆍ아버지ㆍ어머니'가 주인공 화자로 등장함으로써 이들 가족의 오래전 옛이야기를 바로 현 시점에까지 끌어내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영화 '붉은 수수밭'에서 생략한 이야기들을 하나로 엮어내고, 무거운 정치적 담론을 배재한 대신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문체로 영화와는 또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모옌 1955년 02월 17일 중국 산동성 까오미[高密] 현 출생. 중국 대륙 최초의 유력한 차기 노벨문학상의 후보인 모옌의 본명은 '관모야(管謨亞)' 이다. 1981년 단편 '봄밤에 내리는 소나기'를 발표하며 데뷔했다. 1985년 단편소설 '투명한 홍당무'로 문단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고, 중편 '홍까오량 : 붉은 수수'와 장편소설 '붉은 수수밭 :홍까오량 가족'이 강렬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1980년대 중국 문단을 풍미했다. 이 작품은 장이모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져 1988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황금곰 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모옌을 전 세계 20여 개국에 번역 출판되는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지금까지 장편 '홍까오량 가족 : 붉은 수수밭', '술의 나라', '탄샹싱' 등을 비롯하여 중단편 소설집 '투명한 홍당무', '폭발' 등을 발표했다.1990년대에 창작된 '풍유비둔 : 풍만한 유방, 살찐 엉덩이'는 그의 창작상 최고조에 오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1, 2'는 1980년대 중국의 개혁, 개방의 전성기를 그 배경으로 농촌 마을과 관료 사회의 부패 양상을 탁월한 주제의식과 기교로 그려낸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보문고 제공]

 

 

 

 

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모옌의 첫 장편소설 ‘붉은 수수밭’(문학과 지성사)이 새롭게 번역돼 출간됐다.

 

그들은 사람들을 죽이면서까지 아낌없이 조국에 충성을 바쳤으며, 한 막 한 막의 영웅적인 장극(壯劇)을 연출함으로써 이렇게 살아 있는 불초한 자손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세상은 진보하지만 그와 동시에 종(種)은 퇴화한다는 것을 난 절실하게 느낀다. (소설 ‘붉은 수수밭’ 중)

 

---------------------------------------------------------------------------------------------------------------------

장이모 감독의 홍등에 이어 붉은 수수밭을 보았다. 굳이 대형 스크린이 아니라도 그들의 대륙적 기질을 느끼기에 영화는 충분하였다원작이 그만큼 튼튼하단 의미일까. 영화가 끝난 후, 김유정의 동백꽃이나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대비시켜 보았다. 차이가 느껴졌다. 일제 강점기의 약탈을 잘 그린 강경애의 지하촌이나 인간문제와는 다소 대비가 될까, 자꾸 중국 소설의 뿌리를 의식하였다. 사실 중국은 우리 식민지 역사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외세를 많이 받아 온 민족이다. 청이나 원나라 때를 보더라도 보통 100년에서 300년 가까이 식민지 시대를 겪었다. 그 와중에도 그들(대개 한족들)은 지배국을 오히려 자기들 문화 속에 흡수시켜 버렸다니, 놀랄 일이다. 암튼, 한 편의 영화가 한 명의 작가를 세계적 반열에 세우기도 한다니, 장이모 감독도 대단한 인물이다. 영화의 색조 설정 면이나  김기덕 감독식 음산한 면이나 최소 제작비 투자 면이나, 어느 모로 보나 그렇단 생각이 든다. < 오> 

 

 

            

  •   
  •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Concert  (0) 2015.03.17
    카트  (0) 2014.11.24
    홍등(Raise The Red Lantern)  (0) 2014.10.20
    명량  (0) 2014.08.11
    어거스트 러쉬   (0) 2014.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