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얼굴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반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오늘은 수업을 하기 전 사진부터 찍었다.
너희들은 왜 그렇게 잘 생겼니? 넌 선생님 큰 아들 같어, 넌 선생님 작은 아들 같어, 하며 괜히 아들 카톡 사진
까지 열어보였는데, 반응은 제가 더 잘 났어요 였다. 정말 요즘 아이들 다 잘났다. 뒤로 빼는 아이들이 드물다.
손들고 서로 먼저 시켜달라고 아우성이다. 아이들과 소통하는 일은 특권을 누리는 자만의 행운인 듯 싶다.
편견이나 내 눈높이를 빼야만 얻을 수 있는 비밀스런 기쁨.
최승호 시인이 말놀이 동시집을 냈었다는 걸 최근 도서관에서 발견했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그랬나 궁금했다.
네 권의 동시집 중 아이들이 제일 많이 낄낄댔던 동시집이 바로 그의 것, 알랑가몰라 최승호 시인은
자기 시를 좋아하던 어떤 아줌마가 자기 동시집을 잘 골라 아이들까지 좋아하게 했다는 사실을. 아무튼
말장난 말놀이를 아이들도 좋아하고 있었다. 낭송을 하고 동시를 짓고 낭송을 하고 또 동시를 베껴 쓰고.
수업 끝. 아이들은 자기만의 파일에 추억을 모셔두고 나갔다.
2월의 자칭 3급 봉사자를 뽑았다. 활동지 복사도 도와주고, 또 더 도울 것 없냐고 두리번 거리는 두 아이를
얼른 반장 부반장에 임명했다. 뒤따라 줄줄이로 3월 4월까지 예약이 들어왔다. 이 정도면 인기 짱이다.
저학년으로 갈수록 선생할 맛 난다. 그러나 극성이다, 떠드는 것도 앞장서는 것도 고학년으로 갈수록.
구본승 아니 구진송 저 녀석은 뭘 저리 가리고 썼던 걸까. 세상 정답 자기만 알고 있는 듯.
속눈썹이 유난히 긴 녀석들은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다. 어쨌거나 나는 저들의 고유 이름 앞에 되도록 꼬리표를 달지
않겠다 다짐한다. 그냥 아이들이니까. 그것만으로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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