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이우환, 「남대문 시장」

미송 2021. 5. 8. 11:25

 

 

 

고향을 떠난 사람, 넓은 세상으로 나가 얻고 오르고 성취한 뒤에도 고향 아니면 채워지지 않는 것이 뭘까. 채워지지 않음으로써 더욱 순결해지는 결핍감. 그에겐 남대문 시장이 우리가 아는 그 시장이 아니다. 쓰임이란 잣대로 값이 매겨지는 물건들의 집합소가 아닌, 색깔, 형태, 소리, 냄새로 소용돌이치는 원시적 에너지의 향연. 그가 떠날 때 멈춘 피딱지 같은 기억들이 살아나 춤추는 야성의 무대. 이우환처럼 남대문 시장에서 마법의 미로에 갇혀 길을 잃고 싶다. <서영은>

 

 

 

 

결핍의 순결성이란 말이장난 같다. 시장을 약간 미화한 듯한 느낌도 들지만, 외면할 수 없는 영상 하나쯤은 내게도 있다아이들 초딩 시절 앵무새를 사러 갔던 남대문 시장. 그 곳에 가면 없는 거 빼곤 다 있단 소문에, 두 아들 손을 이끌고 누볐었던 기억. 해질 무렵 앵무새 한 쌍을 들이고 새장 문을 잠근 적이 있다. 1년 후, 앵무새 한 마리가 도망가고, 그래서 나는 남은 새를 날려 보내려고 하였을 때, 너무 오래 갇혀 있던 앵무새는 날아가는 법을 잊은 듯 웅크리고 있었다. 억지로 그 새를 날려 보내던 그 날 이후 생각했다, 새는 함부로 사 들이는 게 아니구나.

 

20151003-20210508<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