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 오정자
집 주변 포클레인 소리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사실, 점잖음과 고상한 말로
중무장을 한 시를 대하면...
하품부터 나옵니다.
그래서, 일찌기 申東曄 시인 같은 이는
'껍데기는 가라'고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요,
시란 건 무엇보다 약동감과
청신감을 느끼게 하는 게
詩의 그 정당한 목적일 거에요.
새로운 의미는 새로운 단어와도 같은 것.
시와 시의 素材는 서로 바꿔 놀 수 있는,
말(言)임을 다시 한 번 실감하며...
[연애]에 관한, <한 매력 있는 見解>에
머물다 갑니다.
입, 그 여자 / 오정자
트리피스 누런 잎 한 장 떼어내며
죽음을 확인한다
죽음을 맞게 한 건 내가 아닌데,
물렁한 줄기를 눌러본다
두 달 전 선물로 들어올 때부터
한 쪽 끝이 많이 찢어졌었다고
그이는 죽음의 이유를 말했고
떼어낸 이파리에 더 이상 시선을 주지 않았다
네가 죽었다고 말하면 죽은 게지,
한 입 통 속으로 이파리가 사라진다
잎, 떼어낸 자리에 홀연 콩나물 대가리들 올라온다
잎, 다른 초록 광채들 여백이 숭숭하고
갈증이 활달하다
2007년 초겨울 그녀 도도하고 말라깽이 같은 어깨 치세우고 우리 카페에 들어설 때부터 알아봤어 목소리 건조하고- 4년 전 자기를 배반했던 남자와 우연히 대판 싸우고 온 사람처럼- 매섭고 차가운 눈빛 남은 건 뾰족한 입 하나, 지들 호랑이 굴로 들어온 격이라고 속닥댔지만 가만 보니 가는 곳 마다 뾰족한 고 입으로 여우나 호랑이 무찌르고도 남았을 게 뻔, 살쾡이처럼 잔잔한 땅 후벼댔을 게 뻔, 병든 입 입이 무서워 그, 입......
허슬허슬한 여지 끝내 허용치 못하던
애물단지 잎 하날 잘라냈다
겨울 몸싸움을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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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作과정에 있어서 시인의 意識내용을 독자가
100% 번역해서 알 수는 없겠으나,
가시돋힌, 입이 쏟아내는 비수匕首 같은 말에
대처하는 시인 나름의 방식을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가슴에 꽂혀 아프게 자라나는 미움의 싹이 있다면,
단호하게 잘라내는 게 최상책이겠지요.
어쨌던, 한 날카로운 입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 건지...
혹여, 나 자신이 그런 못된 입을 지니고 있었던 건
아니었는지 되돌아 보게 됩니다.
축축한 환생 / 오정자
봄눈이 왔다
봄눈이 태연히 쏟아졌다
봄눈이 갔다
팻말 하나 꽂고서
소란스런 한 때는
순간에 스러져
그랬지
그림자처럼
그저 기억이
햇살에 어렴풋하듯
사라지는 것들은
또
르
르
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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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봄 안에서 시침을 떼면서,
지난 겨울의 축축한 환생으로 내린 봄눈(雪).
마치, 映畵의 반전하는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듯한 독특한 이미지 기법이네요.
그래요,
아름다운 것들은 한 순간에 불과한지도.
다만, 남겨지는 그림자 같은 추억만
희미한 햇살처럼...
또
르
르
륵
희미해지기/ 오정자
원점으로 돌아가야지
누추한 흙에서 비롯된 나
추락이 무서운
어린 새새끼처럼
지워지는 경계와
시끄러운 정체의 틀을 벗고
민들레 홀씨 모습으로
희미하게 낮아져야지
나 이제 스르르
비상의 날개를 접고
무시무시한 낙하를 꿈꾸며
원점으로 돌아가야지
생존의 낭떠러지 밑
저 한없이 낮은 곳
아무것도 뵈지 않는 곳에서
당신 하나로 완성되는
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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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한없이 낮아진 곳으로
돌아간 나를,
그 희미해진 나를...
따뜻하게 받아주는 (당신이란)존재.
아, 전 그래서요.
이따금...
종교를 갖고, 신앙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부러워질 때가 있답니다.
시인이 꼭이 그런 詩意로 쓴 건 아니겠지만...
어쨌던 저에겐 그 한없이 낮은 바닥에서
지친 영혼을 받아주는, 그 어떤 따뜻한 존재를
느끼게 됩니다.
시를 감상하는 동안만큼은,
시인님의 시가 아니라 제 詩이기에
그렇게 생각해도 무방하겠지요?
S는 안개처럼 사라져도 / 오정자
쏟아지는 보랏빛 당신이란 기둥은
습속習俗의 단단함보다 몇 곱절 강합니다
쓰러지는 바람 유연한 프로그램에도 긴장하던 당신은
길들여지라 외치던 행인들 곁
비릿한 바닷길 길 아닌 길로 가셨나요
구애求愛 사라진 아침 바다가 된 길로 걸어간 연인에게
용서받지 못할 죄란 없습니다
우아하게 눈 뜨는 섬의 새로운 수면법
낭만은 눈 뜨고 달려드는 고양이
존재를 사르는 싱싱한 에너지입니다
살아있음은 지성知性
떠남은 사라짐이 아니었습니다
꿈 혹 빛으로 가는 통로 여는 일로 공간의 사랑을 느낄 뿐 유인하는 별들을 믿을 수 없나요 애틋하여 아름다운 소원이라면 만물에 믿음 아닌 것 무엇이겠습니까 굳이 성역을 가리키지 않아요 좁은 길만 고집하지도 않습니다
당신 안에 사는 나의 신神은
함부로 일으킬 수 없는 자존의 힘
목울대 떨며 부스스 아침안개로 태어나더라도
수직의 화살로 소통의 열반에 들리니
경계의 늪 소용없는 땅의 한 구역일 뿐인 세상의
사랑하는 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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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님이 말하는 S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굳이 알 필요도 없겠지요.
사람들에겐 그 누구나 자신만의 그 S가
있을테니까요.
간혹, 종교적인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데...
그런 종교적 상념의 순간이야말로 삶의 일에 비유가 되는 세계,
즉 넓게보아... 알레고리의 세계와 魂 (인간의 혼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결국 인간의 목마름이 만든
것이 아니겠는가 )의 세계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기실, 종교야... 산에 오르는 등산로와도 같은 것.
정상에 오르면 그 모두 한 자리이겠지요.
당신 안에 사는 나의 신神은
함부로 일으킬 수 없는 자존의 힘
목울대 떨며 부스스 아침안개로 태어나더라도
수직의 화살로 소통의 열반에 들리니
경계의 늪 소용없는 땅의 한 구역일 뿐인 세상의
사랑하는 자여,
생각하면, 자신의 종교만이 진리라고 부르짖는 사람들이
우습기도 하고...
깊은 시에 생각, 머물다 갑니다.
니미 C에게 / 오정자
---------- 2011. 10. 26 감상 2
산문의 형태를 취한 시...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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