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는다는 것 / 오정자
내가 아는 어떤 이는 목장갑 낀 손으로
쓰레기를 줍고
거리의 성자가 된
집게 든 손으로
신화의 숲을 더듬는다
그의 봉지에 든 하얀 이야기들마다
창백한 얼굴
그 어떤이가 가장 아끼는 한 아이
하릴없는 시를 주울 때
여름에서 가을로 갈 사랑처럼
비껴가는 아침이
낚시줄에 걸려든 물고기로
아수라다
저, 갈빛 강가나
아찔찔한 바닷가에 서면
나는 왜 잡혀 온
시어가 생각날까
2009. 9. 15
少時적에 낚시를 한 적이 있었어요.
(민물낚시 + 바다낚시 약간)
지금은 접었지요.
언제나, 물고기들에게 내 얄팍한 속내를
들키곤 해서.
시어(詩漁? 詩語?)도 그런 것 같아요.
阿修羅 같은 잔챙이 말고 정말 대어를 낚으려면,
우선 시어 앞에서 무조건 겸허해 질 것.
내가 낚시꾼입네 하며... 시어 앞에서 거들먹대지 말 것.
허공의 산책 / 오정자 바람 묻은 창이 가을이다
2009. 9. 13
바람 묻은 창이 가을이다 가을이 <바람의 목소리>가 아니면 어떻습니까.
브라만의 가을 / 오정자
고전의 우체통 닮은 자전거 위에만 올라타려는 여자의 뒷 엉덩이 살 토실한 것인지 껍데기만 남은 것인지 가을 뒷모습을 보다가 생각한다 마신다 잔은 비었고 블랙 톤 목소리 들린다 구월 어느 가을쯤 걸었을까 레이 찰스 (그는 검다 얼굴이 검다) 건반 나누기 식으로 생각했다면 시간의 철길은 없었을 것 가을은 지나가고 돌아온다 레이 찰스의 마지막 목소리 돌아간다 먼 것과 잊혀진 것 가까이에서 에머슨이 지금 말할 때 그 혹은 가을이 풀벌레가 되어 돌아왔다 날개가 되어 돌아온 벌레가 바람 등허리를 타고 쉬쉬 다가섰을 때 가을이 옷깃을 여민다 나는 의심하였고 의심이라서 의심 받아도 도리가 없지만 깨진 침묵에게 미안해 부르지 않았다 선선할리 없는 회의주의자의 계절이여 항변 없는 아침의 조용한 법도여 그렇게 가만히 탓할 이 없는 세계와 한모서리 봉합된 입술이 종알댈 때 행운은 깨어나 누구의 노래를 불렀을까 생각한다 헛되이 동경하는 신의 노래들이여 숲의 언어처럼 하늘마저 등 돌려 찾으려는 허망의 빛이여 완전한 수학으로도 월력의 계산으로도 불가능한 장애의 달에서 또 한 별 가을을 찾을 수 있다면 그 곳에 살던 너 분명 나 일 것이나 글자들과 노래와 웃음의 날갯죽지와 손 움직임 외 나는 우주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가을이었고 가을은 없었다
2009. 10.1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가을...
하지만, 그 가을에 환원還元될 수 밖에 없는 (지극히 인간적인)우리들의 심경心境을 심도深度있게 표현하신 것 같습니다.
시에서 말해지는 것처럼 그렇게, 한 생각 접어보자면...
우리들이 매일 짓는 詩라는 것도 허망한 삶이 품고 있는 심경에서 오는 신기루 같은 한 現象일까요. (아, 그건 아니라구요? --- 네, 그래야 되겠지요)
암튼, 시인님... 굳이, 시인들의 비유적인 언어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두 지금은 우리들에겐 명백한 가을인 거죠. (이 우주가 제 아무리 말하길... 가을 같은 건 없다고 해두) 또, 대한민국엔 <가을의 꽃> 같은 추석도 가까와 오잖아요.
즐거운 일 하나 없는, 세상이지만... (아, 저만 그런가요? --- 웃음) 어쨌던, 마음만은 푸근한 한가위가 되시길요.
당신이거나 혹, 새 소리 / 오정자 그러게요, 물꽃 / 오정자
어제 본 겨울 바다 해갈된 길 사이로
그 언제인가...이 맘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