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잘란웃딘 루미 <여인숙>

미송 2022. 8. 2. 12:59

 

 

 

 

여인숙 / 잘란웃딘 루미

 

인간이란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인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거나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가 버리고

가구들을 몽땅 내가더라도

 

그렇다 해도 각각의 손님들을 존중하라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위해

그대를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후회

그들을 문에서 웃으며 맞으라

그리고 그들을 집안으로 초대하라

누가 들어오든 감사하게 여기라

 

모든 손님은 저 멀리에서 보낸

안내자들이니까

 

 

이슬람 계통 문인이라면 작년 가을 내 이름은 빨강으로 만났던 오르한 파묵을 알고 있다. 영화도 한 편 있었다. 시간 반짜리 영화. 현란한 정서가 우리와 많이 다른 듯 하지만 사랑의 지조에는 공통점도 있단 느낌이었다.

 

잘란웃딘 루미의 싯구는 여러 장르에 인용되고 있는 듯하다. '봄의 정원으로 오라'고 꼬드기는 루미의 노랫말은 마치 황진이의 동짓달 기나긴 밤 같기도 하고, 솔리드의 이 밤의 끝을 잡고 같기도 하다. 아무튼 오늘은 여인숙 이야기를 쓰기로 한다. 왜냐하면 매일 가게에서 손님을 기다려야 하는 내 처지 때문.

 

눈길을 받는 건 행거에 걸린 나팔치마뿐이 아니다. 싫든 좋든 눈길을 받는 건 다름 아닌 나. 수족관 물고기가 된 기분이 들면 유리문을 열기도 한다.

 

상상하고 밖을 내다보면 유리 밖이 온통 화안한 강물. 크고 작은 집들이 여인숙 창문으로 보인다. 모든 손님은 저 멀리서 보낸 인생의 안내자란 . 그러니 어떻게 맞이하란 뜻인지. 유리문 두고 수족관 게임을 하는 우리. 이왕이면 예쁜 물고기로 비쳤으면 좋으련만. 그 중앙에 가끔 당신이 마네킹처럼 서 있으면  좋으련만 <>

 

20180212-2022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