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시] 어떤 고백

미송 2009. 1. 26. 21:42

행복하냐고 묻지 마세요
약간은 불행하게 살아도
괜찮다 하는 생각을 조금씩
굳히고 있던 참이에요 나는
오래 전부터 내 깊은 곳에
보물창고가 있다는 낌새를 느꼈습니다
그 창고 속에 보물 상자가 즐비하게 있지요
휘황찬란한 단어들이 번쩍거려요
당신 가슴에
잘 감춰진 눈물처럼
보송보송하고 따스한 단어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를 들어 보세요
저렇게 행복이란 저도 모르는 충돌 속에
깊숙이 숨겨져 있지 않습니까
행복은 간단하지가 않아요
행복이 그렇게 만만하다면
이 세상 누구도 다 골고루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이잖아요 그러니
당신은 내게 행복하냐고 묻는 대신에
나를 그냥 오붓하게 안아만 주세요
어떤 고백 - 오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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