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 1 - 오쇼라즈니쉬
어떤 승려가 동산 선사에게 물었다.
"선사께서 평상시에 말씀하시길 '새의 길(鳥道)'로 가라고 하셨는데, 무엇이 새의 길입니까?"
동산이 말했다.
"길에서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
그러자 그 승려가 물었다.
"어떻게 행해야 합니까?"
동산이 말했다.
"당장 발밑에 실오라기 하나 없게 해야 한다."
그 승려가 말했다.
새의 길을 가는 것이 그대로 본래면목(本來面目)이 아니겠습니까?"
동산이 말했다.
"그대는 어찌하여 전도(顚倒,upside-down)되는가?"
그 승려가 물었다.
"어디가 제가 전도된 곳입니까?"
동산이 말했다.
"전도되지 않았다면 어찌하여 종을 주인으로 여기는가?"
그 승려가 물었다.
"무엇이 본래면목입니까?"
동산이 말했다.
"새의 길을 가지 않는 것이다."
어떤 승려가 화산(禾山) 선사에게 물었다.
"무엇이 도(道, the way)입니까?"
화산이 말했다.
"태양 빛이 눈에 가득하니 만리에 구름 한점 없구나."
그 승려가 물었다.
"무엇이 우주의 참모습입니까?"
화산이 말했다.
"맑은 물 속에서 노니는 물고기들이 제 스스로 미혹한다."
마니샤, 하늘을 가로질러 나르는 새는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이것을 새의 길이라고 부른다. 어떤 흔적도 뒤에 남기지 않고, 단순히 무(nothingness, 無)의 하늘로 사라져 간다. 선(禪)은 그대가 저 새들처럼 가길 바란다. 아무도 없는 무(無)로 가길 바란다.
그대가 무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지만 사실이다. 그 무는 그대 영혼의 고도를 드러내는 자궁이다. 그대는 새를 따라갈 수 없다. 왜냐하면 발자국을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붓다 역시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그리고 그대가 붓다라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그대는 붓다를 따를 수 없다. 그대는 바로 그 사실을 망각해 왔다. 그리고 일단 붓다를 따르려고 하면 그대는 빗나가게 된다. 자신들 뒤에 발자국을 남기는 자들은, 조직화된 종교를 만들고 다가올 미래를 위해 율법을 만들고 아직 오지도 않은 자들이 따라야 할 경전을 제시하는 자들은 모두 비종교적인 활동에 관계하고 있는 것이다. 종교는 반역이다. 추종을 거역하는 반역이다. 여기는 종교적인 장소이다. 그대들은 나의 추종자들이 아니다. 그대들은 나를 사랑할 수는 있다. 내가 그대들을 사랑할 수는 있다. 추종은 미묘한 영적인 노예를 의미한다. 나에게는 어떤 추종자도 없다. 그리고 나는 누구도 누군가의 추종자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대가 누군가를 추종하는 순간, 그대는 그대 자신을 놓치게 된다. 그대는 어두운 밤에, 먹구름 속에서 길을 잃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점점 더 집을 찾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어떤 승려가 동산 선사에게 물었다.
"선사께서 평상시에 말씀하시길 '새의 길(鳥道)'로 가라고 하셨는데, 무엇이 새의 길입니까?"
동산이 말했다.
"길에서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You meet nobody on it)."
아주 아름다운 이솝 우화가 생각난다. 그러나 이솝을 실존 인물로 보지 않는 학자들도 있다. 그들은 이 이야기들을 고탐 붓다가 했다고 생각한다. 고탐붓다는 보디사트bodhisat라고도 불리웠다. 그리고 보디사트라는 말은 여러 나라를 거치면서 이솝Aesop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들을 누가 말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이야기들 자체만으로도 의미심장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에서, 이상한 나라에 도착한 어린 소녀 앨리스는 왕을 만나 보고 싶어한다. 앨리스가 왕궁으로 안내되었을 때, 왕은 물었다. "여기로 오는 도중에 누군가 만나지 않았느냐? 나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단다." 앨리스는 사실대로 말했다. "아무도요, 임금님." 그리고 이 부분에서부터 그 이야기는 그대로 선禪으로 바뀐다. 왕이 말했다. "그대가 아무도를 만났다면 지금쯤은 그가 여기에 도착해야 하는데!" 앨리스가 말했다. "화내지 마세요, 임금님. 아무도는 아무도가 아닙니다!" 왕이 말했다. "나도 말귀를 안다. 날 가르치려 들지 말라. 아무도는 물론 아무도일뿐이다. 그런데 그는 어디에 있지? 아무도는 너보다 걸음이 늦는 게 확실하군!" 지금, 앨리스는 가엽게도 곤경에 처했다. 앨리스가 말했다. "아닙니다. 아무도, 아무도!" 왕이 말했다. "정말 말이 안되는군. 아무도가 그대보다 걸음이 빠르다면 지금쯤은 여기에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동화책이다. 그러나 그 출처가 고탐 붓다가 아니라면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비록 이솝이 역사적으로 실존하는 인물일지라도, 누군가가 된다는 것은 아무도가 아닌 것이며 아무도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된다는 것이라는 고탐 붓다의 주장에서 '아무도'라는 발상을 얻었음에 틀림없다. 에고는 그대를 누군가로 만든다. 그리고 에고 없음은 그대를 아무도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에고는 그대를 가둔다. 그대가 에고를 끝내는 그 순간, 그대는 전 우주만큼이나 드넓다. 그대가 우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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