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상형에 대한 심심한 낙서 / 오정자
쟈크 프레베르의 시편을 읽다가 시편들 가운데 낑겨 있는 한 문장을 꺼내왔다 제목이 안 달려 있어서 프레베르의 시인지 뭔지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 문장이 좋아서가 이유겠지만 제목이 없어서 애처로웠을까 슬쩍 그 문장만 잘라왔는데 아마 그 문장을 적은 사람은 남자이겠다 이상형의 여인상을 그리고 있으니 것도 스무 살 처녀는 아니고 원숙한 여자를 원하는 분위기니 금성에 두고 온 여자 아니면 자기로 부터 도망치느라 몸에 가시가 다 뽑혀버린 여자를 그리고 있을까
삶을 예쁘게 단장할 줄 아는 청초함도 있어야 하지만 감정이 변덕을 부리지 않는 열정적이나 열정을 잔잔하게 품을 줄 아는 여자 장미를 잊지 못해 날마다 그리워 하는 어린 왕자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여자를 원한다고,
상처가 많은 남자라는 자각에도 불구하고 하나 남은 기운이라도 챙겨 마지막까지 한 여자를 사랑해 줘야지 다짐하고 일어서는 남자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나서 역시나 사랑은 여자 쪽에서 시작되었단 걸 알게 된다는 이쯤에선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나 조건부 책임의 경계가 사라지지 않을까 싶은데 괜히 너절하게 늘어놓은 게 아닐까 읽으면 다 눈에 들어오는 내용을 하면서
또 나는 반성을 해 본다 나도 정말 그런 여자일 수 있을까 현실에서 땅 위에서 발을 딛고 사는 한 직립인의 도리를 다 하고 있을까 자성의 빛을 가져보는 것인데,
시인은 '쟈크 프레베르'의 어떤 시를 읽다가, 이상형에 대한 한 생각을 펼치게 되었을까.
'프레베르'의 시들은 대체로 꾸밈없는 소박함 (그 소박함이 지나쳐, 바보스럽기까지한)이 특징인데, 혹여 그의 <이 사랑>을 읽었음일까. 뭐, 그거야 아무래도 좋겠고. 아무튼, 원숙한 사랑을 관조하는 시인의 視線과 자신을 向한 물음이 겸허하고 진지하다. 사랑에 관해 공연히 들뜬 기분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몇번이고 읽히고 싶은 佳品이라 할까. 이쯤에서, 나도 반성을 해 보는 것인데. 나도 정말 그런 원숙한 사랑의 사람일 수 있을까. 언제나 나만을 위한 기막힌 모습으로 살고 있는데, 늘 영하의 심장이 내뿜는 체온으로 살고 있는데, 가슴 깊이 內明한 사랑도 없이 살고 있는데, 그 무슨 이상형을 말할 것인가 하고, 自省의 빛을 가져보는 것인데. <안희선>
Jacques Prévert
1900. 2. 4 프랑스 뇌이쉬르센 出生 ~ 1977. 4. 11 오몽빌라프티트
1930년까지는 초현실주의 작가 그룹에 속하는 시인으로서 활약하였는데, 이후 그 관심을 영화로 돌려 《악마는 밤에 온다》 《말석 관람객들》 등의 명작 시나리오를 썼다. 초기의 시에는 쉬르레알리슴의 흔적이 엿보이는데, 샹송풍의 후기 작품에서는 무엇보다도 우열(愚劣)과 불안의 시대에 대항하는 통렬한 풍자와 소박한 인간애가 평이하고 친근감 있는 그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
《파롤 Paroles》(1948) 《스펙터클》(1951) 등은 그와 같은 제2차 세계대전 후의 대표작이다.
J.코스마가 작곡한 샹송 《고엽》의 작사자이기도 하다.

낙서장에만 남아있던 심심한 내용들이 詩의 옷을 입고 외출했다가 되돌아오곤 했다. 시의 최종 귀착지는 시인의 품. 맞나. 쟈크 프레베르 이름을 처음 들은 건 2005년, 큰 아들이 고3인가 했던 해. 아들을 등교 시킨 후 이불 흔적이 실루엣으로 보여 시를 쓰기도 했고 설거지를 하다가 음악을 듣다가도 시를 써 싸이트에 올리곤 했다. 마구마구 번개 맞은 여자처럼. 모자지간의 포옹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를 사이버 시인들의 눈길을 끌려고 연인의 포옹으로 꾸미기도 했다. 불순했다.
쟈크 프레베르의 시편들 중 <열등생>은 덤으로 알았다. 20151006 <오>
열등생 / 쟈크 프레베르
그는 머리로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가슴으로는 그렇다고 말한다.
그는 그가 사랑하는 것에는 그렇다고 말하고
선생님에게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일어서서
질문을 받는다.
온갖 질문들을 받는다.
문득 그는 폭소를 터뜨리며
모든 것을 지워 버린다.
숫자도 단어도
날짜도 이름도 문장도 함정도
선생님의 위협도 아랑곳 않고
우등생들의 야유를 받으며
온갖 색깔의 분필로
불행의 흑판에
그는 행복의 얼굴을 그린다.